미국, 몽골과 합동 군사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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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이 이달 말 몽골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할 예정이다. 워싱턴 소식통은 18일 "이달 말 미군 태평양사령부 소속 병력 250~500명이 괌.하와이에서 몽골로 이동해 합동 훈련을 한다"고 밝혔다. 몽골 언론도 "8월 중 처음으로 다국적 평화지원작전 훈련을 주최한다"고 보도했다.

미.몽 훈련은 겉으론 미국의 대(對)테러전 지원을 표방하고 있다. 몽골은 이라크 파병을 자청했다. 이에 미국은 몽골 군을 훈련시켜 이라크를 비롯한 분쟁지역의 평화유지 작전에 동참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물밑으론 중국 견제라는 공동 목표가 깔려 있다. 이번 훈련이 중.러 훈련에 대한 맞불 작전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 급속하게 밀착하는 미.몽골=양국은 몇 년 새 군사적 밀월 관계에 들어가고 있다. 중국 견제라는 공동 목표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은 키르기스스탄.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와 일본에 군사 기지를 두고 중국을 동서로 포위하고 있다. 몽골과 군사교류를 강화하면 중국을 북쪽에서도 압박할 수 있다.

몽골 역시 우방이었던 소련이 해체된 뒤 중국으로부터 받아온 압박을 미국과의 군사교류로 해소한다는 전략이다. 몽골 군은 앞으로 유엔의 평화 유지작전에 적극 참여한다는 명분 아래 미군과 유사한 훈련.장비를 들여올 방침이다.

몽골은 또 자국 내에 '평화유지군 훈련센터'를 설치해 몽골 군을 훈련시킬 미군이 상주할 길을 열어놓았다. 중국으로선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몽골은 9월부터 400~500명의 대대 병력을 이라크에 파병할 계획이다. 이들은 아르빌의 한국군 자이툰 부대 내에 주둔하면서 유엔 인력 경호를 맡을 것이라고 워싱턴의 한 소식통이 밝혔다. 이 소식통은 "9월 아르빌에 들어설 유엔 이라크원조기구(UNAMI)의 청사경비는 한국군이, 인력 경호는 몽골 군이 맡기로 최종 결정됐다"고 밝혔다.

◆ 중.러가 산둥반도를 훈련 장소로 선택한 이유=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려는 양국의 이해가 맞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9일 홍콩 문회보(文匯報)에 따르면 중국은 당초 훈련 장소로 러시아 극동 연해주의 세르게예프 훈련장을 제안했다. 병력.함대 이동이 자유롭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러시아는 미국을 의식해 "중국에서 해야 효과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중국은 대만을 마주보는 푸젠(福建)성 연안을 제시했다. 러시아는 또 난색을 표했다. 대만 문제에 직접 끼어들고 싶지 않아서였다. 이번엔 러시아가 중국의 신장(新疆)위구르 자치주 일대를 건의했다.

중앙아시아와 중동에 가까워 반테러 훈련임을 과시하는 데 최적지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중국은 또 반대했다. 에너지 확보와 소수민족 문제 때문에 중앙아시아를 달래야 할 처지인데, 오히려 그들을 자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양국은 한반도 주변의 산둥반도로 눈을 돌렸다.

워싱턴.홍콩=강찬호.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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