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깊이 읽기] '컴'에 빠진 당신 아이, 졸개밖에 안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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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컴퓨터, 열일곱 살 전엔 절대로 가르치지 마라
노중호 지음, 좋은책만들기, 280쪽, 1만원

제목만 보면 이런 시대 착오의 주장도 없다. 'IT 강국' 한국의 기반을 닦은 컴퓨터를 배우지 말라니…. 혼자 산에 들어가서 도나 닦을 것이지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버리라고 강요하다니…. 하지만 제목은 반어법으로 생각하면 된다. 컴퓨터 중독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위한 치료서를 넘어 인간의 본성과 미래사회를 내다보는 혜안까지 담겨 있다.

게다가 저자는 컴퓨터 전문가다. 기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도 제시하는 '법인 전문의'라는 직함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가 제시하는 미래형 인간은 '참인간'이다. 그가 볼 때 컴퓨터에 매몰된 아이들은 리더는 커녕 졸개밖에 될 수 없다. 핵심은 인성교육. 미래의 키워드인 창의력과 응용력은 올바른 성격이 닦인 뒤에야 가능하다. 폭력적 게임, 선정적 영상이 일렁이는 컴퓨터에 우리 아이들을 맡길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절절하다.

요약컨대 그는 지금 당장 컴퓨터를 꺼보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음악과 그림, 그리고 글을 가르치자고 말한다. 그의 조언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패가망신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그의 호언이라서 누구라도 가슴 철렁할 수밖에 없을 법하다. 동의 여부를 떠나 컴퓨터 세상에 대한 비판적 성찰로 일단 적격이다.

저자는 "컴퓨터는 깡통"이라고 단언한다. 기술.수단일 뿐이다. 당연, 언제든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다. '인생의 찬란한 봄'인 어린 시절에 굳이 '모니터' 앞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는 것. 과다한 비료를 준 식물이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하듯 유.소년 시절의 지나친 컴퓨터 교육은 '인생 쭉정이'를 만들어낸다고 경고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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