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즐겨읽기] 어? 강준만 교수가 생활사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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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
강준만·오두진 지음, 인물과 사상사, 244쪽, 8000원

이 책은 부제처럼 '커피와 다방의 사회사'. 커피가 우리나라에 첫 유입됐던 구한말 고종 시기부터 1950년대 전후 다방이 문화 예술인들의 아지트를 거쳐 티켓 다방이란 이름으로 전락하던 시절, 그리고 스타벅스로 대표되는 최근의 새 흐름까지를 생활사의 관점에서 서술한다. 눈 여겨볼 점은 저자.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강준만 교수는 '인물과 사상'을 통해 성역 파괴를 선언하며 실명비판을 진행했던 '저격수'. 그가 커피라는 일상을 소재를 들고 나왔다는 것은 그의 변신을 말해준다.

방대한 자료 덕에 책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담겨져 있다. 조병옥 박사가 외상을 일삼는 '뻔뻔남'이었다거나, 윤보선 전 대통령의 경우 조용히 차만 마시고 가는 '범생이' 손님이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이전 시인 이상은 '식스 나인'이란 이름의 다방을 열었다가 뒤늦게 허가가 취소됐고, 나중 무려 4개의 다방을 열었지만 모두 들어먹고 말았다. 한국 전쟁 이후 한때 '커피=회충약'이라는 소문이 나돌던 얘기도 접할 수 있다. 이러한 에피소드들의 행간에 스며든 강교수의 분석은 여전히 예리하다. 그에 따르면 다방이야말로 한국 고유의 이중적인 풍토를 반영한다. 즉 공적 논의는 다분히 의례적인 것이고, 실질적인 결정은 사적 만남을 통해 별도로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다방 문화라고 한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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