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나우두·카를로스 '삼바 듀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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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이탈리아 유벤투스의 빗장수비는 과연 끈끈했다. 그러나 '호화 군단'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엔 끈끈함을 꿰뚫을 수 있는 날카로운 비수가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가 7일(한국시간) 스페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구장에서 열린 2002~200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삼바 듀오' 호나우두와 호베르투 카를루스의 골로 유벤투스를 2-1로 따돌렸다.

지난해 우승팀으로 챔피언스리그 통산 열번째 정상에 도전하는 레알 마드리드로선 원정 2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결승에 진출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그러나 뼈아픈 원정골(골 득실차가 같을 경우 원정골은 2점으로 계산됨)을 내주었고, 호나우두가 후반 다리 통증으로 교체돼 2차전 출전이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결과를 속단하긴 이르다.

전반 초반은 트레제게의 두차례 슈팅이 레알 마드리드의 골문을 위협하는 등 유벤투스가 오히려 앞서 나갔다. 유벤투스의 포백은 레알 마드리드의 양사이드 피구와 지네딘 지단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며 두터운 수비벽을 형성했다.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은 친정팀 유벤투스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지단이었다. 전반 15분 페널티 에어리어 바깥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을 절묘하게 감아차며 '야전 사령관'의 위용을 과시했다.

지단은 이후 왼쪽과 중앙, 혹은 오른쪽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신기에 가까운 드리블과 패스 타이밍으로 레알 마드리드의 파상공세를 주도했다.

첫골은 전반 23분 호나우두의 오른발에서 터져나왔다. 페르난도 모리엔테스(마드리드)와 마크 율리아노(유벤투스)의 볼경합 도중 흘러나온 볼을 치고 들어간 후 유벤투스 골키퍼 부폰의 역동작까지 살피곤 오른쪽 골네트로 찔러넣었다. 사기가 오른 레알 마드리드는 피구와 모리엔테스가 결정적인 찬스를 잡는 등 일방적으로 유벤투스를 몰아붙였다.

그러나 상대의 숨통을 완전히 조이지 않으면 후환이 있게 마련이다. 레알 마드리드의 플레이가 다소 느슨하게 풀린 틈을 타 유벤투스가 전반 막판 동점골을 터뜨렸다.

델 피에로가 슛한 볼이 수비수 다리를 맞고 공교롭게도 골문 앞에 서 있던 트레제게 앞에 떨어졌다. 골잡이 트레제게가 이 절호의 찬스를 놓칠 리 없었다. 오른발로 가볍게 터치 슛,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동점골을 허용한 데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3분 만에 호나우두가 부상으로 빠지자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은 특유의 예리함을 잃어버렸다. 그러나 위기를 구해낸 것은 카를루스의 대포알 슈팅이었다. 후반 28분 페널티지역 왼쪽 모서리 바깥에서 혼전 중에 공을 잡은 카를루스가 때린 왼발슛은 스텔스기처럼 저공비행하며 그대로 골네트 오른쪽에 꽂혔다.

2차전은 15일 유벤투스의 홈인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다. 유벤투스로선 부상과 경고 누적 등으로 1차전에 결장했던 몬테로.타키나르디.다비즈 등이 돌아오지만 이날 경고를 받은 페라라와 율리아노는 2차전에 뛰지 못한다. 유벤투스는 2차전에서 1-0으로만 이겨도 결승에 오를 수 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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