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낯선 설화·수필…수학 정적분 성질·응용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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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학년도 수능시험에서도 예년처럼 ‘EBS 연계 70%’ 원칙이 적용됐다. 전반적으로 쉬운 수능 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특히 영어 영역이 75.6%로 EBS 연계율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변별력을 요구한 문제도 적지 있었다. 이번 수능에서 변별력을 발휘한 고난도 문항, 허를 찌른 이색 문항, EBS 비연계 30% 문항(EBS 교재와 연계성이 적은 문항) 같은 등급을 가른 결정적 변수 문제들을 모아 입시 전문가들과 분석해 봤다.

EBS 비연계 30% 이색·신유형

국어 A형·B형 공통으로 출제된 42번은 대표적인 고난도 문항으로 꼽힌다. 현진건의 현대소설 『무영탑』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보기에 제시된 자료들의 연관성을 찾는 문제였다. 자료로 주어진 설화와 수필이 낯설고 보기에 전문까지 포함돼 어려움을 더했다.

국어 A·B형의 문법 문항도 EBS 교재 공부만으론 풀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워 성적 등급을 가르는 한 요소가 됐다. 국어 B형의 EBS 비연계 인문 지문은 제시문과 문항이 모두 어렵게 출제돼 독해능력이 탄탄한 수험생에게 유리했다. 독서 영역에선 EBS와 연계된 제시문이 하나도 없었다.

 김명찬 종로학원 평가이사는 “올해 수능에 나온 고난도 이색 문항이나 신유형 문항은 EBS 교재 학습만으론 풀기 어려운 수준 높은 문제”라며 “수능 기출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공부하며 독해 능력을 키운 수험생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수학 영역에서도 고난도 비연계 문항들이 변별력을 발휘했다. 비연계 문항은 최근 수능에 지속적으로 출제돼 왔던 유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연계 문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난도가 높아 까다로웠다.

 입시전문가들은 그 예로 수학 A형의 로그함수와 그래프 문항(30번), 수학 B형의 초월함수와 미분가능성 문항(30번)을 꼽았다. 특히 A형에서 정적분 성질에 관련된 문항(20번)과 B형의 정적분을 이용해 넓이를 구하는 문항(28번)은 EBS와 연계되지 않은 새 유형이어서 상위권 수험생들도 어려워했다. 김 이사는 “수능에서 EBS 연계율 70% 출제 원칙이 유지된다면 비연계 30%는 변별력 높은 문항들로 출제될 것”이라며 “따라서 EBS 교재 공부는 실수를 줄이는데, 등급을 결정할 30% 문항은 수학의 개념과 원리를 철저히 익히는데 각각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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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연계한 고난도 문항

국어 A형에선 문학 영역의 고전소설 문항(35번)의 난도가 높았다. 지문을 읽고 인물의 성격과 특징을 이해하는 문제였으나 근거를 찾기 쉽지 않아 정답을 고르기가 까다로웠다. 국어 B형에선 지문에서 설명하는 슈퍼문(Super Moon)이 발생하는 과학적 원리를 이해하고 보기로 주어진 가상 상황에 대한 설명을 판단하는 문항(26번)이 어려웠다. 문제에서 확인해야 할 세부 정보가 많은 데다 내용을 꼼꼼히 이해해야만 풀 수 있어 정답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수학에선 EBS와 연계돼 출제됐어도 까다로운 문제가 적지 않았다. A형의 무한등비수열과 수열의 합을 다룬 문항(28번), B형의 정사영을 구하는 문항(29번)은 그 예다. 태홍식 유웨이중앙교육 출제관리부장은 “최근 수학은 유형이 크게 변하지 않고 점차 쉽게 출제되는 추세”라며 “고난도 문항은 서로 다른 단원들을 통합해 복합적으로 출제되거나 표·그림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고득점을 받으려면 EBS와 기출문제 분석이 필수”라고 말했다.

영어에선 예년과 달리 빈칸 추론 고난도 문항(32·33번)이 모두 EBS 교재에서 연계돼 나왔다. 하지만 지문들이 지식의 본성, 과학 등 추상적·개념적인 내용이어서 1, 2등급을 가르는 변별력 문항으로 작용했다.

생활 상황 적용한 유형

올 수능에서는 참신한 소재, 시사성 있는 이슈가 적용된 문항이 많이 출제돼 수험생의 사고력을 평가했다. 특히 사회·과학 탐구 영역에선 이색적인 문항 출제가 두드러졌다.

사회탐구에선 ▶스포츠 윤리의 주요 가치를 묻는 ‘생활과 윤리’ 문항(17번) ▶조선 민족 혁명 간부 학교를 제시하고 학교 설립 당시 독립운동 상황을 물어본 ‘한국사’ 문항(15번) ▶실질 이자율과 명목 이자율 변화를 통해 금융 개념을 묻는 ‘경제’ 문항(18번) ▶기업의 운영 방식을 비교해 관료제와 탈관료제를 비교하는 ‘사회문화’ 문항(13번) ▶임진왜란 당시 기록 자료를 주고 옳은 설명을 고르는 한국사 문항(3번) 등이 출제됐다. 태 부장은 “임진왜란은 그간 수능에서 거의 다루지 않은 소재였지만 올해 천만 관객을 동원해 관심을 모은 영화 ‘명량’의 영향으로 출제됐다”고 분석했다.

 과학탐구에선 실생활과 관련된 내용이 다수 출제됐다. ▶하이패스 시스템과 관련된 ‘물리1’ 문항(1번) ▶다이아몬드 구조에 관한 ‘화학1’ 문항(1번) ▶ABO식 혈액형과 유전병에 대한 ‘생명과학1’ 문항(20번) ▶개기월식 관련 ‘지구과학1’ 문항(16번) 등이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참신한 소재로 구성된 자료, 현장학습이나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적용한 자료 등 새롭게 개발된 유형들이 이번 수능에서 다수 출제됐다”며 “시사성 높은 문제, 최신 이슈에도 관심을 갖고 수능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혜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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