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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신문에 못쓸 말을 하는 서울시향 대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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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박현정(52) 대표가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3일 오전 10시다.

2일 서울시향 직원 17명이 ‘박현정 대표 퇴진을 위한 호소문’이란 내용의 성명을 냈다. (중앙일보 12월 2일자 23면 ) 직원들은 “너 때문에 전(前) 대표가 죽었다”거나 “너희들은 내가 소리를 질러야만 일하는 노예근성이 있다” “술집 마담하면 잘 하겠다”는 등 폭언을 지속적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음성이 녹음된 파일도 있다.

1일 박 대표에게 여러 방법으로 연락을 시도했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기사 내용을 포함해 문자 메시지를 남겼지만 응답이 없었다. 비서도 전화를 연결해주지 않았다. 결국 해명을 들을 수 없었다.

기자에게만 입을 닫은 것이 아니다.

직원들이 성명을 발표한 2일 오전 박 대표는 출근했다. 그러나 경영지원본부장, 홍보팀장을 제외한 어떤 직원과도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고 한다. 총 직원 30명 중 17명이 누구인지, 어떤 생각으로 성명을 냈는지 궁금하진 않았을까. 사무실엔 대신 감사원 직원들이 등장했다. 이들이 모든 직원을 하나하나 불러 경위를 따져 물었다. 그 때도 박 대표는 사무실에 없었다.

서울시향은 지금 중요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 내년이 법인화 10주년이고 미국 순회 연주를 계획했다. 이를 위해 서울시에서 예산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정명훈 예술감독은 이달 안으로 재계약 여부를 결정한다. 이런 상황인데 내부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상식적 대표이사라면 안에서부터 문제를 해결했을 것이다.

그러나 박 대표는 외부 기자회견을 택했다. 적어도 기자회견에서는 상식이 무너지지 않길 기대한다. 공개적으로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말이 있다는 상식 말이다. 박 대표가 그간 직원들에게 했다는 말은 글로 옮기기 민망할 정도다. 그나마 점잖은 축에 드는 것만 기사화했는데도 자극적이었다.

또 예술 단체의 특수성은 거론하지 않길 바란다. 박 대표가 지난달 서울시의회 행정감사에서 한 말이 떠올라서다. “요리할 줄 모르는 사람이 식당 내면 안 된다는 말이 생각난다.” 여기서 요리는 음악이고 식당은 오케스트라 경영이다. 박 대표는 금융계 임원 출신이다. 다른 분야에서 온 사람이 예술 단체를 개선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욕설ㆍ폭언까지 끌고 들어오라는 뜻은 아니다.

따라서 문제는 단순하다. 사람이 지킬 기본과 예의에 대한 것이다. 박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스스로의 상식을 밝혀야 한다. 아니면 미스터리가 안 풀린다. 제대로 교육받은 성인이 신문에 쓰지 못할 정도의 욕설을 어떻게 부하 직원들에게 계속 했는지 말이다.

김호정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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