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손해 땐 장기 팔아라" 서울시향 대표 막말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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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시립교향악단 사무국 직원들이 박현정(52·사진) 대표이사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경영본부 직원 30명 중 17명은 2일 자료를 배포하고 상위기관인 서울시에 조사를 요청할 예정이다.

 이들은 박 대표의 폭언·성희롱·직무유기를 문제 삼고 있다. 2일 배포할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지난해 2월 취임 이후 직원들에게 “회사 손해가 발생하면 너희들 장기(臟器)라도 팔아라” “미니스커트 입고 나가 다리로 음반 팔면 좋겠다” “(술집) 마담 하면 잘할 것 같다”는 식의 발언을 반복했다고 한다. 또한 공개된 장소에서 직원들에게 욕설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은 또 “박 대표가 후원회, 사업 파트너를 향해서도 비상식적 언행을 계속했다”고 주장했다. 자료에는 이 밖에도 자신이 원하는 직원을 뽑고 승진시키려 내규를 바꿨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박 대표가 취임한 후 직원 13명이 회사를 그만뒀다. 취임 전 총 직원 27명 중 절반가량이다. 두 달 전 사직한 박모(41)씨는 “1년 넘게 욕설과 폭언을 들은 후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정명훈(61) 예술감독 또한 박 대표를 올 초 만나 “직원들을 인격적으로 대해 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원회원들도 등을 돌리고 있다. 2006년 결성된 ‘SPO 패트론스’ 회원은 지난해 44명에서 현재 11명으로 줄었다. 박진원 두산 사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이 회원이었으며 지난 8년 동안 약 8억원을 후원했다. 후원회원 중 한 명은 “대표가 막말·폭언뿐 아니라 여러 전횡을 일삼는 것을 보고 자진 탈퇴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박 대표의 반론을 듣기 위해 1일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받지 않았다. 박 대표는 삼성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 삼성생명 마케팅전략그룹장(전무), 여성리더십연구원 대표를 지낸 후 서울시향에 임명됐다. 금융계 경력을 예술단체 경영에 접목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임기는 2016년 1월 31일까지다. 서울시향은 내년에 법인 출범 10주년을 맞는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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