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 경쟁력이다] 전남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뽀~옥, 칙칙폭폭~."

전남 곡성군 오곡면 섬진강변을 따라 산과 들.강, 그리고 농촌마을을 배경으로 추억의 증기 기관차가 달린다. 굴뚝 위로 하얀 연기를 내뿜기도 하고 가끔씩 기적도 울린다. 객차 안 관광객들은 차창에 펼쳐지는 한폭의 '산수화'에 탄성을 터뜨린다.곡성군이 증기기관차의 추억과 섬진강의 경관을 접목시킨 관광상품 '섬진강 기차마을'을 개발,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 폐 자원을 관광자원화=호남 내륙 산간의 곡성군은 인구 3만4000여 명의 작고 가난한 마을이다. 1998년 철도청이 곡성역을 이전하고 압록역까지 철로 17.9㎞를 폐선했다. 옛 역사에는 잡초가 우거지고 쓸모가 없게 돼 철로를 뜯어내고 도로를 내자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곡성군은 철도청에 20억원을 주고 옛 곡성역 주변과 폐선 철로를 사들였다. 일제 때인 1933년 지어진 역사 등을 보존하면서 연못.분수.정자.놀이시설 등을 설치했다.

2003년부터는 가정역까지 13.2㎞에 20인승 미니 기차를 시험운행,관광객들을 태웠다. 지난해부터는 가족 또는 연인들이 페달을 밟아 달리는 4인승 철로 자전거를 선보였다.

미니 기차와 철로 자전거가 관광객들을 모으자 곡성군은 12억원을 들여 모형 증기기관차(실제로는 디젤엔진으로 가동)와 객차를 만들어 3월 30일부터 구 곡성역~가정역 13.2km 구간을 운행했다. 기대 이상으로 관광객이 몰렸다.

곡성군 관광개발사업단의 기차운행담당 서형규(39)씨는 "부산.경남 주민들이 특히 많이 이용하고, 지리산에 왔다 들르는 관광객이 많다"고 전했다.

◆ 성공 예감=곡성군이 섬진강 기차마을에 지금까지 투자한 돈은 생태.농촌 체험 학습장 조성을 위한 부지 15만㎡ 매입비를 빼면 70억원 정도. 3월 말 증기기관차 개통 이후 4개월여 동안 기차마을을 찾은 사람은 11만5000여 명.곡성군은 그동안 3억600만원의 수입을 올렸으며 경제적 파급효과는 13억8000여만원으로 추산했다.

곡성군은 7월 5일 정부로부터 옛 곡성역 일대를 '기차마을 지역특화발전 특구'로 지정받았다. 특구가 계획대로 개발되면 약 47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745명의 고용유발 효과,116억원의 소득유발 효과가 기대된다.

기차마을은 영화.드라마 촬영도 많이 유치했다. 2002년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 때는 연인원 5000여 명의 주민이 일당 4만~5만원씩을 받고 엑스트라로 일했다.

고현석 곡성군수는"어른들은 향수에 젖게 하고,어린이들에겐 호기심을 자극하는 기차의 매력과 섬진강의 아름다운 경치가 합쳐지면서 기차마을의 흡인력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섬진강 36㎞와 그 지류인 보성강 18㎞가 흐르는 곡성의 강변 도로는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글=이해석 기자, 사진=양광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