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싫다고 10대 딸들을 비난하나", 막말했다 역풍에 사임

중앙일보

입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두 딸을 비난하는 인신 공격성 막말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던 공화당 하원의원의 보좌관이 1일(현지시간) 사임했다. 대통령이 마음에 안 들면 대통령을 비난해야지 왜 10대인 딸들을 겨냥하냐는 여론의 역풍이 거세지면서다.

스티븐 리 핀처 공화당 의원의 공보 보좌관인 엘리자베스 로튼은 지난달 29일 오바마 대통령의 딸인 말리아(16)와 사샤(13)의 옷차림을 놓고 “존경 받을 옷을 입으라. 술집에 갈 때나 입는 옷 말고”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러면서 “품위를 보여라” “TV로 중계되는 공개 행사에선 얼굴을 찌푸리지 말라”고도 썼다. 앞서 지난달 26일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칠면조를 사면하는 추수감사절 이벤트를 했을 때 함께 참석했던 두 딸들이 짧은 원피스와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던 것을 문제 삼았다.

로튼의 글은 SNS에서 순식간에 확산되며 거센 비판을 불렀다. 트위터에선 “아버지의 정책·정치가 싫으면 아버지를 겨냥해라. 애들은 놔두는 거다”라는 반박 글이 돌았다. 로튼의 막말을 첫 보도한 WP 웹사이트엔 “우리가 애들을 뽑았냐? 누구도 딸들을 거론할 수는 없다” “품위를 보이라는데 사람들은 애들에 대해 추한 말을 하지 않는 것으로 품위를 보여준다”는 비난 댓글이 이어졌다.

자유 기고가인 다이아나 리즈는 ‘로튼의 비판은 전혀 품위가 없다’는 제목의 WP 기고에서 “행사 동영상을 봤는데 딸들의 무례한 표정이 뭔지를 모르겠다”며 “술집에 나오는 차림이라는데 이는 소녀들에겐 정말 부적절한 비유로, 로튼은 동네 쇼핑몰에서 10대 소녀들을 본 적이 없나”라고 반문했다.

로튼은 “딸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될지를 깨달았다”는 사과의 글로 해명을 시도했지만 결국 사임했다. WP는 “여야 모두에서 로튼의 우군은 없었다”며 “공화당 의원 보좌진도 남의 자식을 비난하는 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핀처 의원 측은 로튼의 사임을 놓고 입장을 내지 않았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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