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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파 vs 해외파 '생존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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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대표팀에서 함께 훈련하면서 내 기준에 따라오지 못하는 선수들이 있다. 이들은 좀 더 열심히 하지 않으면 독일에 갈 수 없다."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은 17일 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사우디아라비아전을 앞두고 이처럼 섬뜩한 말을 했다. 사우디전을 독려하기 위한 뜻도 있었지만 해외파들의 합류로 본격적인 주전 경쟁이 시작됐으니 정신 바짝 차리라는 의미도 담긴 발언이었다. 3-4-3 포메이션을 기준으로 국내파와 해외파가 치열하게 생존 경쟁을 벌이는 포지션을 짚어봤다.

◆원톱:이동국-안정환

본프레레 감독 취임 이후 국제경기에서 11골을 넣어 '본프레레의 황태자'로 군림해 온 이동국(포항)은 최근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다. 설상가상으로 사우디전에는 장염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안정환(FC 메츠)이 이 틈을 비집고 들어섰다. 그는 프랑스로 옮긴 이후 의욕과 득점력이 살아나고 있다. 문제는 몸싸움.제공권.볼키핑력을 갖춰야 하는 원톱 역할을 안정환이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조재진(시미즈)이나 김진용(울산)의 가능성을 더 크게 보는 시각도 있다.

◆왼쪽 윙포워드:박주영-설기현

본프레레 감독은 박주영(서울)을 발탁한 후 계속 이 자리를 맡겨 왔다. 박주영도 이 역할을 비교적 충실히 소화해 왔고, 빼어난 득점력도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윙포워드로 오래 뛴 설기현(울버햄튼)이 가세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설기현은 파워 있는 드리블 돌파와 크로스 능력을 갖고 있고, 수비 가담도 좋다. 두 선수 모두를 살리기 위해 둘 중 하나를 원톱, 또는 투톱의 한 자리로 보낼 수도 있다.

◆오른쪽 윙포워드:이천수-차두리

스페인에서 실패하고 돌아온 이천수(울산)는 좀처럼 예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본프레레 감독은 이천수를 동아시아대회 3경기에 연속 출전시켰지만 그는 자신감을 되찾지 못했고, '빨리 골을 넣어야 한다'는 조급증을 드러냈다. 반면 차두리(프랑크푸르트)는 팀이 1부로 승격한 덕에 수준 높은 리그에서 뛰게 됐다. 차두리는 정교하지 못한 골 결정력을 다듬는 게 숙제다.

◆공격형 미드필더:김두현-박지성

가장 흥미 있는 포지션이다. 중앙 미드필더 두 자리 중 하나는 김남일 같은 수비형이 차지한다고 볼 때, 둘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야 말이 필요없는 '대한민국 에이스'고, 김두현(성남)도 요즘 물이 올랐다. 둘 다 날카로운 드리블 돌파, 찔러주기 패스, 기습 중거리슛 등 다양한 재능을 갖추고 있다. 김두현이 측면 미드필더로 활로를 모색할 수도 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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