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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대정부질문 1주 결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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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해설>
올해 정기국회 본회의의 대정부질문이 13일로 끝났다. 이제 관심사는 질문을 통해 제기된 문제들을 앞으로 어떻게 처리하고 나타난 이견들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의 문제다.
7일간에 걸쳐 3당 대표연설까지 합쳐 24명의 의원이 발언한 이번 대정부질문에서도 실로 많은 문제가 제기되었다.

<반박 이론 전개 못해>
그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게 보인 것은 역시 정치에 관한 야당축의 강한 문제제기다. 야당의원들은 오늘의 정치는 경새 돼 있고 국회는 기능을 다 못하고 있으며 언론자유는 제약돼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정치현실의 진단을 전제로 그 개선을 위한 각종 선거법·국회법·지방자치법·언론기본법 등 이른바「정치의안」의 개정을 역설했다.
이에 대해 답변한 정부측은 정치의안 또는 이른바 개혁입법의 개정에 반대한다는 명백한 입장을 밝히면서도 야당 측의 현실진단이 잘못된 것이라는 직접적인 반박 논리의 전개는 하지 않았다. 다만 여당 측이 원외에서 야당의 체제 비판적 발언을 놓고『동참해놓고 시비하는 것은 누워 침 뱉는 격』이라고 비난하고 야당발언이 더 이상 도를 넘으면 강경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을 뿐이다.
동참해놓고 시비하는 것은 자가모순이란 말도 전혀 타당성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보다는 야당 측의 현실진단을 정면으로 반박해 누가 옳고 그른지를 가리는 게 더 바람직한 태도일 것 같다. 그래야만 견해의 합일점과 상위점이 나오고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인식에 큰 차이>
예컨대 정치가「경새」됐다는 주장에는「경새」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그 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며 야당 역시 이에 맞서 경새 됐다는 근거를 내놓아야할 것이다.
그런 과정 없이 서로의 현실인식에 엄청난 거리가 있는데도 문제제기만을 섭섭해하거나 분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게 분명하다.
이번 대정부질문을 계기로 정치문제에 관한 여야간의 이견은 11대 국회 들어 가장 본격적으로 공식화한 셈이며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정국의 분위기가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여야는 문제를 문제로써 정면으로 다루어야 하며 문제가 있는데도 없는 것처럼, 또는 문제의 기섭을 전부인 것처럼 다뤄서는 곤란하다.
지금까지 여당은 야당의 정치의안 중 받아들일 것이 없다는 태도를 견지해왔고 야당은 이렇다 할 추진력을 보이지 못한 채 눈치를 살피는 듯한 기색이어서 제대로 문제가 논의될 기미가 안보였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문제가 공식화한 이상 방치하는 것은 사태악화를 가져온다는 것이 지난날의 경험이다. 여야가 13일 총무회담에서 뒤늦게 청와대 3당 대표회담의 후속조치를 의논하기 위한 3당3역 회담을 이 달 하순 갖기로 합의한 것은 그런 점에서 유익한 첫 걸음일 수 있다.

<눈치 살피는 기색도>
경제문제에 관해서도 당면 쟁점들은 거의 다 제기된 셈이다.
적자예산안과 통화인플레이션문제, 추곡가, 금융편중문제와 해외건설업계의 문제, 중소기업·농어촌경제의 지원문제, 외채문제 등 우리 경제가 안고있는 거의 모든 문제들이 의원과 장관간에 문답되었다.
사회분야에 있어서도 중요한 문제가 다 제기된 건아니라 해도 역시 많은 문제가 거론되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문답을 들어본 결과「이런 문제는 이렇게 처리되겠구나」라던가, 「그게 궁금하더니 그런 거구면」이라고 느낄 속시원한 내용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게다가 제기된 문제들이 유독 시점의 문제가 아니라 해마다 국회가 열리기만 하면 제기되는 문제들이 많았는데도 같은 문제를 더 이상 제기 않아도 좋을 만한 결론을 얻어낸 것은 없었던 편이다.
요컨대 정부측 답변에 대해서는 여야가 다같이 불만을 표시했다. 진지하지 않다거나, 성의가 부족했다거나, 알맹이가 적다는 등의 불만이 자주 의원들로부터 나왔다.
많은 답변이 몇 차례 보도된 5개년 계획이나 각 부처의 중장기계획 등을 기둥 줄거리로 하거나 당면대책 브리핑차트를 활용하는 내용이어서 질문자의 기대에 못 미친 경향이었다.
질문자는 자기발언이 행정부에「영향」을 주기를 희망하고 자기발언으로 인해 기존의 정부방침이나 계획이 다소나마 고쳐지기를 희망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볼 때 답변은 기존 계획보다는 보다 현장감 있는 내용이 되는 게 바람직하다.

<궁금증은 풀어 준 셈>
국회가 열릴 때마다 답변시비가 이는 것은 한 마디로 국회와 정부간의 거리를 말해주는 것이며 정부측이 아직도 국회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라고도 여겨진다. 역설적으로 국회와 정부간의 대화가 더 필요하다는 얘기도 된다.
의원발언에도 아직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본회의발언과 상위발언을 구별하는 노력이 좀더 필요한 것 같다. 의료보험에서부터 의료기술·기초의학문제까지 본회의에서 거론한 의원이 있었는데 보사위에서 해도 무방하지 않았을까.
또 논리전개의 힘이라 할까, 정부측으로부터 의도한 답변을 끌어내는 능력이랄까 하는 것도 아직은 부족한 경우가 많아 질문·답변이 유리되는 현장도 더러 보였다. 주장을 강하게 펴기 위해서는 문항을 백화점 식으로 나열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중복발언은 아직도>
현저히 줄어들기는 했지만 중복발언·저질인기발언도 전혀 없지는 않았다.
작년처럼 올해도 고함·야유·충돌, 또는 불필요한 긴장감 등을 볼 수 없었던 것은 다행이며 이런 현상은 차츰 정착단계에 들어선 느낌이다.
그러나 발언삭제문제는 올해도 여전히 시빗거리였는데 의장단과 여야간에 삭제의 기준 같은 것을 의논해보는 노력도 필요한 것 같다. <송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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