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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 미국계는 적극성, 유럽계는 전문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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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외국계 기업은 대졸자보다는 경력을 쌓은 직원을 더 많이 뽑는다. 비율이 3대7 정도. 외국계 기업은 또 수시 채용을 많이 한다. 국내에 있는 외국계 기업은 과거에는 미국계 일색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독일.프랑스 등 유럽계와 일본.중국.싱가포르 등 아시아계 기업도 늘고 있다. 헤드헌터 업체인 굿맨앤트루 모성수 사장은 "외국계 기업들은 비슷한 점도 많지만 모국의 문화적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른 조직 문화가 있다"며 "진로 결정이나 취업 전략을 짤 때 이런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기업 근무 직원들과 인사 담당자로부터 나라별로 외국계 기업의 문화와 입사 전략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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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표력이 중요한 미국계=일단 회사에 입사하면 이른 시일 안에 미국계 기업 특유의 철저한 성과주의에 적응해야 한다. 성과는 보통 수치로 나타난다. 성과는 연봉 책정이나 각종 인센티브는 물론 해고의 근거가 된다. 한 미국계 기업 근무자는 "전년도 성과가 나오는 시기엔 회사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보통 한 번은 기회를 주지만 연이어 성과가 좋지 않으면 짐을 싸야 한다"고 말했다. HP.IBM 등 미국계 회사에는 자신의 주장과 성과를 근사하게 포장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입사 과정에서도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면접이다.

GE헬스케어의 천두성 부장은 "흔히 유창한 발음으로 유창한 영어를 구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일하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면 된다"며 "자신의 경력과 능력에 대해 정확하고 자신있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손하게만 대답했다가는 소극적인 성격이라며 감점을 준다.

◆ 장인정신 중시하는 유럽계=일단 입사하면 미국 기업에 비해 해고가 적고, 사람을 믿고 일을 맡기는 분위기다. 같은 유럽계라도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독일계는 다소 보수적이고, 프랑스계는 토론이 활발하다. 스웨덴 등 북유럽계는 사내복지제도가 발달해 있다. 유럽계 회사들은 필립스.폴크스바겐 등 오랜 역사를 가진 회사들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프로페셔널'를 뽑기 위해 노력한다. 이력서를 쓸 때는 회사에 대한 충성도나 각오를 강조하기보다 그동안 어떤 일을 해왔고, 입사 후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적는 것이 좋다.

스위스계 기업인 쉰들러 그룹의 인재개발팀 정평규 상무는 "유럽 기업이 선호하는 인물은 여러 분야의 지식을 갖춘 사람들보다 한 분야에 능통한 전문가"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인사순환 제도가 거의 없다. 미국 기업은 직원들이 실력을 발휘해 1인2역을 하는 것을 원하고 또 결과에 따라 철저히 보상하는 반면, 보수적인 유럽계 회사는 자신의 일에만 충실한 직원을 원한다는 것이다. 한 영국계 회사에 다니는 직원은 "면접 때 '나는 일 중독자입니다'라고 말하면 미국 회사에선 좋아하겠지만 영국 회사는 오히려 감점을 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세심한 일본계=일본 회사엔 '일벌레'가 워낙 많아 퇴근 시간이 늦다. 일을 꼼꼼하게 처리해야 한다. 이런 문화에 적응 못 하면 회사 생활을 하기 쉽지 않다. 일본계 전자업체에 근무하는 김모씨는 "일본인 상사의 취향과 관심에 직원들이 잘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계 회사는 실무자에게는 많은 권한을 주지 않고 상급자가 직접 많은 일을 처리토록 하는 경향이 있다. 국내 기업보다 더 상하관계가 엄격하다. 반면 고용이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업무 능력이 조금 떨어져도 같이 끌고 가려는 분위기가 있어 근무 연한이 길다.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중시하는 만큼 여러 회사에 근무한 경력이 있으면 이전 회사를 퇴사한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 여성 파워 강한 중국계=중국계인 공상(工商)은행 관계자는 "개인 플레이보다는 팀워크를 중시하지만, 다른 아시아 기업과는 달리 상하관계가 덜 까다롭고 남녀 평등을 중시한다"고 소개했다. 이 때문에 여성 직원 비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본사와 협조해야 할 업무가 많아 중국어를 구사하면 입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중국 기업 역시 충성도를 중시하기 때문에 여러 직장을 거친 사람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중국계 기업의 의사결정은 신속하기보다는 신중한 편이다.

쌍용자동차 김범석 과장은 "중국 경영자들은 무슨 일이 있을 때 즉각 결정하기보다는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결정하는 '만만디' 성향이 있다"고 말했다. 개인별 효율도 따지는 편이다. LG전자에 근무하다 하이얼로 옮겨 일하고 있는 강정수 마케팅 과장은 "LG가 조직 속에서 움직이는 회사라면 하이얼은 철저히 개인별 성과를 중시하는 회사라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차상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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