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사로잡은 한국, 의료관광 어디까지 왔나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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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환자복 입은 외국인을 만나는 것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국내 의료기관들이 외국인 환자에게 문호를 활짝 열기 시작했다. 저수가 정책 속에서 한정된 환자만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의료의 기술, 서비스, 시설 장비는 세계적 수준이라 경쟁력도 충분하다. 해외환자 유치·의료관광 산업이 의료계 발전과 함께 국가 미래먹거리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현황을 들여다봤다.[편집자주]

의료관광과 병원 수출이 차세대 신성장동력 산업의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외국인 환자 유치와 병원산업 수출을 미래 먹거리로 지목하고 행·재정적 지원에 나섰다.

의료계 역시 상급종합병원에서부터 의원급에 이르기까지 해외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열악한 국내 의료계에 새로운 활로가 돼 주기를 바라는 기대심리가 크게 작용했다.

실제 의료관광의 경우 시장 규모가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다. 산업연구원의 ‘의료관광 산업의 국제경쟁력 분석과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의료관광 시장 규모는 2004~2012년 동안 약 2.5배나 성장했다.

각국 국민소득 및 기대수명 증가에 따라 해외로 이동하는 의료관광객이 가파르게 증가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의료관광 후발주자로서 빠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외국인 환자 진료기관이 제출한 2013년 사업실적을 집계한 결과, 한국에서 의료서비스를 받은 외국인 환자는 총 191개국 21만1218명이었다.

외국인 환자 진료에 따른 수입은 3934억원으로 전년 2673억원 대비 약 47% 증가했다.

1인당 평균진료비는 186만원으로, 내국인 1인당 연간 진료비 102만원의 1.8배 규모다. 1억원 이상을 쓰고 간 환자도 117명이나 됐다.

복지부는 “2009~2013년간 63만명 이상의 외국인 환자가 한국 의료를 선택했고 이들은 약 1조원의 진료비를 지출했다”면서 “앞으로 외국의료인 연수, 나눔의료, 융복합유치 모델 육성 등 사업을 확대해 외국인 환자 유치 인프라를 더욱 공고히 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급부상…“우크라이나 사태, 환자 유치 위기”


최근 의료관광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곳은 러시아, 중국, 중앙아시아, 중동 등이다. 특히 러시아는 지난 해 2만4000명의 환자가 한국을 다녀가 중국과 미국에 이어 처음으로 3위로 급부상했다.

아스클레인터메드 이황 대표는 “그동안 여러 지자체와 병원들이 러시아에 공을 많이 들였다”면서 “세계 시장에서 한국이 포지셔닝(positioning) 전략을 잘 짠 결과”라고 말했다.

올 초 한국-러시아간 무비자협정이 발효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최장 60일까지 비자 없이 체류가 가능해지면서 러시아 의료관광 시장이 보다 활성화된 것이다.

실제 2009년 1758명에 불과하던 환자는 2010년 5000명을 넘겼고 2013년의 경우 2만4026명으로 연평균 증가율이 92.3%에 달했다. 진료비 지출도 879억원에 육박한다.

러시아는 치료용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13년 한국을 찾은 러시아 중증환자는 5037명(18.4%)으로 중국 다음으로 많다.

이에 따라 러시아 의료관광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치료 목적과 함께 미용성형 분야 공략도 중요해지고 있다.

이황 대표는 “러시아 환자들은 대다수 치료 목적을 위해 한국을 찾고 있다”면서 “미용이나 성형, 뷰티를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사례는 상대적으로 적다. 미용성형 및 뷰티 상품을 개발해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특히 병원 일선에서는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환자 유치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경희대병원 조중생 국제진료센터장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환자 유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루블화 가치의 폭락은 국내 진료비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다각도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중생 센터장은 또한 “러시아어 사용 국가들과의 긴밀한 스킨십이 필요하다”며 “봉사나 문화행사 등을 통한 교류활동이 끊기지 않아야 한다. 환자를 보낼 수 있는 거점지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직접 유치 늘리고 소비자 선택권 높여야”


중국은 현재 국내 의료관광 시장의 가장 큰 손이다. 한국에 가장 많은 환자가 들어오고 있으며 지출비도 상당하다.

실제 2009년만 해도 4725명이던 환자가 2010년 1만명을 넘어서더니 지난 해에는 5만6075명이 한국을 방문했다. 지난 해 중국 환자가 지출한 진료비는 1016억원으로 전체 외국인 환자 진료수입의 25.8%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미용성형 중심에서 탈피해 의료관광 영역을 다양화하는데 해외환자 유치 기관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제시한 ‘2013년 중국 의료관광시장 현황 및 과목별 중국인 환자 유치가이드'에 따르면 중국 의료관광 시장 분위기가 변화하고 있다.

보고서는 “예전에는 국가 브랜드 중심으로 목적지를 선정하고 에이전시를 통해 의료기관을 소개받는 경우가 대다수였지만 최근에는 의료기관 자체 브랜드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의료기관들은 직접 유치마케팅에 뛰어들고 있는 추세다. 의료기관의 특화된 전문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최근 중국에 남경동인예송음성센터를 설립한 예송이비인후과 김형태 원장은 “한국 이비인후과 최초로 해외에 진출하는 계기가 돼 감회가 남다르다”면서 “한국의 높은 의료 기술력을 수출하는 만큼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도록 ‘보이스 코리아’의 특화된 의료와 경영 노하우를 전수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인 환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국내 의료기관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 역시 요구하는 양상이다.

한중뷰티산업마케팅협회 신운철 대표는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가 불투명하면 시장이 혼탁해지거나 악용 사례가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병원 정보를 객관적으로 제공하고 외국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에 의료산업 수출 물꼬 ‘한국형’ 시스템 주목


최근에는 의료관광 시장 선점을 위한 국가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어 의료기관의 해외 진출, 시스템 수출 등을 통해 환자 유입 경로를 다양화하고 있다.

특히 중동국가와 병원 정보 및 운영 시스템 수출 계약이 잇따라 성사되면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분당서울대병원의 경우 사우디 국가방위부 소속 6개 병원에 순수 소프트웨어만 700억원 규모의 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을 진행키로 했다.

서울대병원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현지에서 UAE 왕립 쉐이크 칼라파 전문병원 위탁 운영을 위한 정식 계약을 체결하고 이미 의료진을 파견했다. 이번 계약으로 서울대병원은 UAE대통령실로부터 5년간 약 1조원 운영예산을 지원받아 진료를 비롯한 병원 운영 전반을 수행한다.

민간에서도 성과는 이어졌다. 2011년 초부터 우리들병원은 무바달라 척추센터를, 2012년 8월부터 보바스기념병원은 두바이보건청 산하 재활병원을 맡아 운영해오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서울성모병원이 VPS 헬스케어그룹과 아부다비, 두바이 등 2개 검진센터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서울성모병원 승기배 원장은 “중동에는 아직 건강검진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다”면서 “한국형 건강검진 시스템이 성공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 검진이 진행되면 만족감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중앙일보헬스미디어는 오는 11일 한국관광공사 지하 1층 TIC홀에서 ‘의료관광객 유치 노하우’를 주제로 빅메디포럼을 개최한다. 포럼에서는 국내 의료관광 플랫폼 활용 전략과 외국인 의료관광객 유치를 위한 맞춤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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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기자 sun@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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