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속살'이 바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자동차 소재가 바뀌고 있다. 철보다 가벼우면서도 강도는 더 뛰어난 신소재가 등장하고 있다. 차체 외판에 쓰이는 알루미늄, 연료 탱크에 들어가는 폴리에틸렌 수지 등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철로 만들었던 도어 강판과 보닛 등은 알루미늄이 대신하고 있고, 엔진 동력을 뒷바퀴에 전달하는 구동축(프로펠러 샤프트)까지 철에서 탄소 섬유로 대체되고 있다.

일본 혼다자동차는 지난해 10월 고급차 레전드를 발표하면서 업계 처음으로 구동축에 탄소 섬유를 사용했다. 강도와 내구성은 철강에 비해 손색이 없으면서도 무게를 150㎏이나 줄일 수 있었다. 이 덕분에 연비는 기존 차량보다 10% 이상 좋아졌다. 배기(排氣) 관련 부품은 최근 기존 스테인리스 대신 골프 클럽 소재인 티탄 합금까지 등장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업체에 자동차용 티탄을 공급하는 일본 고베(神戶)제강소와 신니혼(新日本)제철은 2008년까지 자동차용 티탄 공급 가격을 30% 이상 내리겠다고 지난 6월 발표했다. 이는 자동차용 티탄 수요를 늘리기 위한 조치다.

이렇게 되면 티탄과 스테인리스와 가격차가 확 줄어든다. 현재 티탄 합금은 t당 1000만원 선으로 t당 320만원 정도인 스테인리스보다 세 배가량 비싸다. 티탄은 미국.일본 업체들이 세계 시장의 80% 정도 점유하고 있다.

또 세계적인 화학회사인 듀폰은 도요타자동차에 신소재(강화플라스틱과 탄소 섬유)를 공급하기 위해 일본 나고야에 신소재연구소를 올 하반기에 세우기로 했다. 강화플라스틱 등은 철보다 가볍고 강성이 뛰어나 연비가 좋아지는 등 부수적인 효과가 크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성형하는데 어려움 많아 아직은 고급차에만 쓰이고 있다.

철을 가장 먼저 대신했던 소재는 90년대 중반부터 쓰인 알루미늄이다. 알루미늄은 강판보다 무게는 40% 가량 가볍고, 강성은 60% 정도 뛰어나 알루미늄을 사용하면 연비와 주행성능이 좋아진다.

현재 도어.보닛.트렁크부터 차체의 뼈대에까지 사용되고 있다. 국내 업체들도 신소재를 사용하는 부품을 점차 늘리고 있다. 현대차 에쿠스의 트렁크 문짝은 알루미늄이다. 르노삼성차의 SM7은 연료 탱크를 철에서 강화플라스틱(폴리에틸렌 수지)으로 대체했다.

현대차는 2006년 말 내놓을 후륜 구동 대형차(에쿠스 후속)에 신소재를 대폭 사용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고급차에는 알루미늄은 물론 탄소 섬유와 강화플라스틱으로 만든 부품을 사용할 계획"이라며 "이런 신소재들은 장점이 많지만 아직까지 철보다 가격이 3~5배 비싼 게 흠"이라고 말했다.

신소재를 사용하는 흐름에 맞춰 포스코 등 철강업체들이 신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최근 기존 제품에 비해 외부 충격에 더 강한 자동차 외판용 강판을 출시했다. 기존 제품에 비해 충돌에 견디는 능력이 130% 가량 개선된 이 강판을 기아차 뉴 프라이드의 도어에 공급하기로 했다. 기존 강판보다 무게를 7% 정도 줄일 수 있어 연비 향상에 도움이 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더 오래 쓸 수 있고 무게는 가벼운 고장력 강판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강철구 이사는 "신소재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내 철강업체들이 하루빨리 국산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