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사리 전 핀란드 대통령 30년 투쟁 마침표 숨은 주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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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인도네시아 정부와 반정부 단체인 자유아체운동(GAM)이 15일(현지시간)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평화협정에 서명했다. 이로써 30여 년간 양측에서 1만5000여 명의 희생자를 낸 유혈투쟁이 종식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결실의 배후에 마르티 아티사리(68.사진) 전 핀란드 대통령이 있다. 그는 1994년 3월부터 6년간 대통령으로 재임했다. 70년대에 그는 외교관으로 아프리카 곳곳을 누비며 인권과 유혈분쟁 종식에 관심을 쏟았다.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 그는 "세계평화는 종족분쟁과 인권문제 해결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비정부기구(NGO)인 위기관리구상(CMI)을 만들었다. 그 후 그는 50여 차례에 걸쳐 분쟁 현장을 찾아 대화와 평화를 외쳤다.

이라크.소말리아.발칸반도 등도 그의 무대였다. 올 1월 국제 NGO들은 그에게 아체분쟁 중재를 요청했다. 지난해 말 쓰나미로 아체지역 주민 13만여 명이 희생된 직후였다. 그는 바로 인도네시아로 달려가 정부와 GAM 대표를 만났다. 첫 협상에서 그가 내놓은 제안은 GAM의 독립 포기와 인도네시아 정부의 인권보장, 경제건설이었다.

양측 군부의 반발도 있었지만 그는 어렵사리 중재를 성공시켰다. 아체의 독립 포기와 인권보장이 명시된 평화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아체 지역의 완전한 자치와 중앙정치 참여도 포함됐다. 아체에 주둔하는 2만여 명의 정부군 병력도 곧 철수할 예정이다. 양측은 협정 이행을 위해 유럽연합(EU)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에서 200여 명의 감시단을 받아들인다는 데에도 합의했다.

누르 듈리 GAM 협상대표는 "아티사리는 어떻게 평화를 얻을 수 있는지 진정으로 아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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