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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유럽 프리미엄 진이 뜬다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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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이탈리아 프리미엄진은 체형에 따른 다양한 디자인으로 젊은이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안성식 기자 (협찬=가스, 디젤)

▶ 앞이야 뒤야

▶ 알록달록 자수

▶ 라인 잘 빠졌네

청바지에 가죽 재킷, 그리고 부츠와 모자. 미국의 상징 카우보이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청바지에 턱시도 재킷, 그리고 스니커즈. 깨끗한 이미지의 유로피언룩이다. 터프함을 강조하는 아메리칸룩과는 또 다른 이미지다.

미국의 리바이 스트라우스가 청바지(jeans.이하 진)를 만든 이후 세계 시장은 미국 진이 주도해 왔다. 그런데 최근 국내 시장에서 유럽 진들이 미국 진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프리미엄 진, 시장을 주도하나?=청바지 시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10만원대 안팎의 전통 진. 리바이스와 CK(캘빈 클라인)진 등 미국 브랜드가 주도하고 있다. 둘째로는 럭셔리 진. 돌체 앤 가바나 같은 유명 디자이너 제품으로 한 벌에 최고 100만원을 호가한다.

전통 진과 럭셔리 진 사이에 프리미엄 진이 있다. 가격은 20만~30만원대. 젊은 스타일에 유행을 따르지만 '다수를 위한 명품'을 추구한다. 다른 사람과 뭔가 차별화를 하고 싶은 중산층을 위한 것이다.

프리미엄 진은 약 2년 전부터 국내에 급속도로 전파되기 시작했다. 진원지는 할리우드 스타들. 인터넷을 통해 외국 유명 연예인의 패션 경향이 국내 시장에 즉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캐머런 디아즈가 입었다는 미국 프리미엄 진인'세븐 진'이 대표적인 사례. 입으면 다리가 길어 보인다는 소문이 나면서 해외 인터넷 쇼핑몰 등을 통해 구매가 폭주했다. 이후 디젤(Diesel), 가스(GAS), 테이크투(Take2) 등 이탈리아 프리미엄 진이 속속 한국에 진출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형성했다.

그런데 '세븐 진'이나 '트루 릴리전' 같은 미국 프리미엄 진들은 청바지나 티셔츠 위주의 단품 브랜드다. 단독 매장을 구성하기도 힘들고 여러 브랜드를 한꺼번에 파는 멀티숍이 아직 발달하지 못한 한국에선 판매가 쉽지 않다. 재킷.셔츠.바지.모자.신발 등을 두루 갖춘 이탈리아 브랜드들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미국 프리미엄 진들은 미국에서도 멀티숍 같은 편집 매장에서 주로 판매되고 있다. 미국 프리미엄 진이 이탈리아 진들에 비해 한국 내 유통망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웨스트관 4층에 있는 청바지 매장엔 모두 8개의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게스.폴로진.CK진.토미진은 미국 브랜드고, 디젤.가스.테이크투는 이탈리아 진이다. 나머지 하나 미치코코시노도 일본 브랜드이지만 런던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유럽 진 중 하나다. 갤러리아 백화점 관계자는 "디젤의 매출이 가장 높은 편"이라며 "이번 가을 매장 개편 때 매출이 떨어진 미국 진 2개 브랜드를 내보낼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소비자 유혹하는 유럽 디자인="유럽 청바지는 다양한 디자인이 무기다. 미국 진이 바지 가랑이와 허리선까지의 길이(밑위)가 짧은 로라이즈 스타일이 대부분인 데 반해 유럽 진은 7부에서 9부 길이인 크롭트 팬츠 형태 등 여러 체형을 고려한 제품을 계속 내놓고 있다." 이탈리아 프리미엄 진'가스'를 수입하고 있는 씨엘피리미티드 관계자의 말이다.

섬세한 장식도 눈에 띈다. 보통 청바지에 장식적인 요소라고 하면 뒷주머니에 새기는 굵은 스티치가 전부다. 그것도 브랜드마다 비슷한 모양이 많다. 그렇지만 유럽 진들은 과감하다. 빨간색 스티치를 새기는가 하면, 섬세한 자수를 수놓아 화려함을 강조하기도 한다.

쉽게 알아보기는 힘들지만 소재도 다르다. 가스의 경우엔 페루 고산지대에서 나는 최고급 면 원단을 사용한다.

이런 차별성은 결국 '디젤 데님 갤러리'라는 최고가 제품까지 한국에 등장시켰다. 디젤의 글로벌 홍보담당 책임자 안토넬라 비에로는 "그동안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최고급 라인을 내놓았다. 미국와 유럽,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발매한 것이다"고 말했다. 한 벌에 45만원에서 61만원에 이르는 데님 갤러리는 한 스타일당 300벌만 제작해 소장가치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누구나 쉽게 입을 수 있다는 청바지의 개념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미국 진과 한국 진의 반격도 시작됐다. 대표적인 미국의 청바지 업체 리바이스는 '리바이스 레이디스'라는 여성 전용 제품을 출시했다. 16만원에서 20만원대의 가격으로 뒷주머니에 크리스털 장식을 하는 등 패션성을 강조했다.

한국산 진 브랜드'버커루'도 공격에 나섰다. 버커루의 가격대는 전통 진과 비슷하지만, 다리가 길어 보이는 재단과 다양한 탈색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또 와이드벅.스노우벅 등이 잇따라 히트하면서 젊은층에서 외국산 프리미엄 진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도연 기자 <lumiere@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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