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즐겨읽기] 수메르 건국신화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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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메리안 (전2권)
윤정모 지음, 파미르, 368쪽, 9500원

'에미 이름은 조센삐였다' '고삐' 등 여성 문제와 반미 문제를 주로 소재로 다뤘던 작가 윤정모씨가 이번에는 5000년 전 고대 신화의 세계로 달려간다. 그는 인류 최초로 역사시대를 열었고, 문자 사용은 물론 도시국가까지 건설했던 고대왕국 수메르의 건국신화에 주목한다. 물론 이 수메르인들이 환족(환인의 자손)이란 재야 사학계의 일부 학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그들이 어디에서 왔고, 어느 인종에 속했던 걸까. 저자는 서문에서 "그들은 환인의 자손이었고, 민족 이동기에 수메르로 건너갔다. "'수메르'란 국호도 소머리에서 변형된 것"이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신화를 배제한 역사소설이 목표였다. 그러나 저자는 환족과 수메르인들의 유산이 역사가 아니라 신화임을 절감하면서 방향을 바꾸었다고 한다.

이 책은 모두 5권으로 구성될 예정. 우리 고대사의 접목 편을 상하권으로, 그리고 실존 인물 길가메시,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한 우루카기나 시대, 마지막으로 급속히 팽창하다 갑자기 멸망한 우르 3왕조의 문화 업적을 다룬다. 여기서 저자는 독자들의 수메르 답사를 위한 안내인을 자처한다. 역사적 근거와 신화적 상상력을 근거로 한 이 여행에서 그는 '가끔은 지도가 틀릴지도 모른다'며 여운을 남긴다. 그런 여운이 또 작품의 매력이다. 소설이니까. 물론 기성 학계 정설에 확신을 가진 이들은 이 소설이 마땅치 않을 수도 있겠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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