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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병에 대한 무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생후 1개월에서 1세미만의 우리나라 어린이 가운데 소아마비, 디프테리아, 홍역 및 기생충질환은 크게 감소하고 있으나 결핵, 백일해, 간염 등 질환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4차 아시아 소아과학회에서 연세대의 한 교수가 발표한 『우리나라 어린이의 감염성질환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린이 환자 1만5천6백90명 가운데 77%가 결핵, 백일해, 간염 등 감염성질환을 잃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어린 자녀를 가진 부모들의 관심을 끌게 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높은 경제성장을 이룩하면서 국민들의 영양상태나 위생관념이 많이 나아진 것은 물론 의료기술의 발달로 발병후의 치료율도 크게 향상되었다. 그런 가운데 갓난아이환자의 77%가 결핵, 백일해 같은 바이러스질환을 앓고있다는 것은 주목할 일이다.
결핵, 백일해, 간염 등이 갓난아이들 사이에 크게 번지고있다는 것은 한마디로 어른들의 소아병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근대의학의 발달로 결핵은 이게 그다지 무서운 질병은 아니다. 결핵으로 인간 사망율은 과거에 비해 영에 가까울 만큼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결핵이 어린이 사이에서 도리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어쨌든 아이로니컬 하다.
BCG접종을 하면 결핵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상식이다. 그러나 최근 뇌막염 등 부작용이 생긴다고 해서 BCG접종을 기피하는 경향이 생겼다.
어린이들이 기침을 하거나 미열이었어도 감기 등으로 가볍게 여기지 결핵을 의심해보는 부모는 드물다.
결핵은 별 문제가 안된다고 해서 소홀히 여기기 쉬운데다 예방접종 조차 잘하지 않는데서 결핵은 창궐하는 것이다.
백일해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디프테리아, 백일해, 파상풍을 예방하는 DPT가운데서 백일해를 예방하는 접종약이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고가 생길 경우 책임문제를 꺼려 의사는 이를 빼고 접종을 한다. 환자측도 잘 맞히지 않으려는 경향이 생겼다. 디프테리아나 파상풍은 접종으로 거의 1백% 줄었으면서 백일해가 늘고있는 것은 이런 사정을 반영하고 있다.
갓난 어린아이들에 간염이 많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질병의 예방이나 의학에 대한 상식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간염이 주사바늘이나 타액(침)을 통해 전염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아야할 일인데도 아기들이 귀엽다고 뽀뽀를 하고 심한 경우 음식물을 씹어서 먹여주는 일까지 아직 흔히 볼수 있다. 간염은 늘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더우기 우리나라 국민의 10%가 활동성 간염환자임을 생각할 때보다 활발한 계몽을 통해 간염이 이상 더 번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겠다.
전문가들은 의료기술이나 위생환경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질환이 어린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이유를 엄마젖을 먹이지 않는데서 찾고있다.
분유만 먹여도 된다고 여기는 것은 일부 우유메이커들의 과장광고가 만들어낸 잘못된 생각이다. 생후 1년 내외의 어린이들 사이에 각종 감염성질환이 늘고있다는 것은 예사로운 일은 아니다.
그들의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지고 면역성이 없어진 가장큰 이유가 모유를 먹이지 않는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대해 특히 아기를 키우는 부모들은 귀를 기울여야할 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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