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송금 "윗선 지시 직원들 명의로 배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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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의 한 간부가 내부 직원 6명의 명의를 동원해 모든 송금 수표에 배서하는 등 기조실이 사전 계획에 따라 송금을 주도했음이 확인됐다.

송두환(宋斗煥)특검팀은 국정원 기조실 소속 예산담당 부이사관인 金모씨가 2000년 6월 현대상선에 대출된 2억달러를 해외의 북한 단체 계좌로 보내는 과정에서 26장의 수표 배서를 주도한 혐의를 잡고, 6일 金씨를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이 관계자의 진술을 통해 기조실이 대북 송금 과정 전반을 주도한 구체적인 혐의를 확인했으며, 곧 국정원 고위 간부들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기조실이 대북 송금을 주도했음이 내부 관계자를 통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金씨는 "기조실이 사전 계획대로 대북 송금 직전 은행 측에 협조를 요청했고 2억달러 송금에도 직접 관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金씨는 또 "윗선의 지시로 국정원 직원 6명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을 빌려 모든 송금 수표에 배서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사정 당국의 한 관계자는 "金씨가 지칭한 '윗선'은 최규백(崔奎伯) 당시 기조실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특검팀은 지난 2일 "국정원이 주도해 2억달러를 마카오의 북한 단체 계좌에 송금했다"고 밝힌 전 외환은행 영업부장 백성기씨를 다시 불러 조사했다.

한편 대북 송금 과정에서 반대 의견을 냈던 것으로 알려진 김충식(金忠植) 전 현대상선 사장이 7일 오전 5시30분쯤 미국에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다고 현대 측은 밝혔다.

전진배.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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