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이제 달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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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저축은행들이 영업 확장의 꿈에 부풀어 있다. 금융감독위원회가 최근 추진키로 한 금융업 규제 완화 방안에 업계의 오랜 숙원을 풀어주는 내용들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저축은행들은 "맘먹고 장사를 해보려 해도 발목 잡는 규제로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해 왔다. 저축은행의 영업력과 수익성이 좋아지면 서민금융 활성화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벗겨지는 족쇄=먼저 저축은행들의 손발을 묶었던 유가증권 투자 제한과 점포 개설 규제 등이 풀릴 전망이다. 그동안 규제는 첩첩산중이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은행들이 주식에 투자할 때 자기자본의 100%를 넘지 못했고, 여기에 상장주식(자본의 40% 내)과 비상장주식(5% 내) 등으로 종목별 규제가 더해졌다. 저축은행이 특정 회사를 지배하지 못하게 한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저축은행들은 "여윳돈이 있어도 제대로 굴리지 못한다"며 불만이었다. 요즘 같은 증시 활황기엔 더욱 아쉬움이 컸다.

중앙회 관계자는 "이러다 보니 돈을 단기 콜자금 등으로 굴려 역마진이 났고 수익성도 갉아 먹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감위는 일단 종목별 투자한도를 3분기에 완화키로 했고, 자금운용에도 한결 숨통이 트이게 됐다.

또 '미니 지점' 성격의 출장소를 설치할 수 있게 된 것도 호재다. 현재 지점을 새로 하나 두려면, 예를 들어 지역이 특별시면 120억원의 기준 자본금을 추가로 만들어야 한다. 출장소는 60억원이 필요하다. 규모가 작은 저축은행들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다. 그래서 본점이자 지점인 단일점포로 영업하는 곳이 많았다.

금감위는 일단 출장소에 대해 증자 요건을 낮출 계획이다. 이러면 지역에서 구멍가게식 영업을 하던 저축은행들도 앞으론 더 많은 고객을 찾아 전국으로 발을 넓힐 수 있게 된다.

◆넘어야 할 산=풀리는 규제에 부응해 성장 잠재력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금융감독원 이정하 저축은행감독팀장은 "기본적으로 경쟁에 걸림돌이 되는 영업 규제는 풀되 재무건전성 규제는 강화한다는 입장"이라며 "우량 저축은행들의 수익성.재무구조가 좋아지는 데 비해 작은 곳은 그렇지 않아 양극화가 문제"라고 말했다. 영업 문이 넓어져도 부실 저축은행들이 계속 나와 신뢰도가 추락하면 업계 전체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이자는 시중은행보다 높아 매력적인데도 최근 몇몇 은행들이 부실로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업계 전체가 고객들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고객을 잡기 위한 무기가 더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온다. 특히 저축은행이 할 수 있는 업무는 은행과 달리 가능한 것만 열거해 놓은 포지티브 방식이어서 아직 제약이 많다는 것이다.

한국저축은행 정해근 상무는 "수익구조 자체가 예대 마진에만 의존한다"며 "최근 자금시장 흐름이 바뀌는 만큼 펀드 취급 등이 가능해지면 고객 수요에 더 부응하면서 수익성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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