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배기선 총장 "죄송 … "에 DJ는 "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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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쾌유를 빕니다." "……."

10일 오후 7시쯤 신촌 세브란스 병원 200동(20층) VIP 병동 복도. 김대중 전 대통령은 4층에서 가슴 X선과 컴퓨터단층촬영 등 각종 검사를 마치고 2013호 병실로 이동하고 있었다. 복도에서 기다리던 열린우리당 배기선 사무총장이 휠체어의 김 전 대통령에게 허리를 숙였다.

배 총장의 "죄송하다"는 말에 김 전 대통령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만 약간 끄덕였다. 배 총장은 김 전 대통령의 야당 시절 비서관 출신이다. 경호원들이 병실 문 앞을 지켰고, 김 전 대통령은 그 누구의 면회도 받지 않았다. 기자들의 접근도 막았다.

'음모론은 나에 대한 모욕'이란 노무현 대통령의 도청 관련 기자간담회에 대해 '모욕을 당한 것은 나'라는 생각을 간접적으로 전달했던 DJ의 병원 입원 첫날 모습이다. 배 총장과 비슷한 시간에 병원을 찾은 민주당 이낙연 의원도 병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되돌아섰다. 배 총장은 기자들에게 "김 전 대통령을 한 달가량 못 만났는데 생각보다 얼굴이 수척하진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병실엔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의 쾌유를 비는 난 화분이 제일 먼저 도착했다.

이어 최경환 비서관과 주치의인 장석일 박사, 담당의사인 정남식(심장내과) 박사가 병세에 대해 브리핑을 했다. 정 박사는 "평소 신장 투석과 함께 협심증 치료를 받아 왔다"며 "연세가 있으니까 감기 후유증으로 폐렴이 왔다"고 했다. 그는 "다른 합병증은 없으며 신장 투석은 1주일에 세 번씩 했다"고 말했다. 협심증은 2003년 5월에 발병했고, 폐렴에 의한 입원은 퇴임 뒤 이번이 두 번째다.

병원 관계자는 "김 전 대통령의 심장 상태가 요즘 다소 좋지 않은 것 같아 정밀 검사를 받도록 권했고, 이에 따라 병원의 심장내과팀이 김 전 대통령을 동교동 자택으로 가서 모시고 왔다"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30분쯤 병원에 도착, 검사를 받은 뒤 이희호 여사와 함께 미역국으로 저녁식사를 했다. 입원은 1주일 정도일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7시40분쯤엔 민주당의 신낙균 수석부대표, 조한천 사무총장, 김효석 정책위의장, 유종필 대변인 등이 면회를 왔다. 최경환 비서관은 "김 전 대통령께서 어느 누구도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들은 그냥 돌아갔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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