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인구분산의 관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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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수도권에 대한 과도한 인구집중을 막기위한 중앙정부차원의 새 정비방안이 마련되었다.
17일 국무회의에 상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안」은 대통령직속의 심의위를 두어 수도권 정비계획, 개발유도권내의 개발계획과 수도권정비에 관한 정책조정 등을 심의키로 했다.
전국토의 11·8%에 불과할 수도권에 전 인구 및 전 산업의 3분의 1이상이 집중되어 있다는 것은 새삼 그 심각성을 절감할 수 있다.
특히 서울의 인구는 8백36만(80년 현재)으로 유엔인구연감에 따르면 상해, 멕시코, 동경에 이어 세계 제4위롤 기록하고 있으며,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금년말께는 9백만명을 돌파하고, 90년대 들어서는 세계 제1위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한나라의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되는 것이 도시정책에 비추어서만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은 아니다. 공해, 교통, 범죄 등 여러가지 사회적 해독은 차지하고라도 우선 우리가 처한 안보적 특수상황을 보아서도 적절한 정비는 불가피하다.
70년대 들어서부터 정부는 수도권 인구집중을 막고 인구를 분산시키기 위한 갖가지 묘방을 짜고 일부 실행에 옮겨 보았지만 어느 것 하나 성공한 것은 없다.
최근들어 시도된 것 가운데는 자금지원 등을 통해 도시 영세민의 지방정착을 돕는 방안이 강구되기도 했으나 그 효과는 태산의 돌 하나를 옮겨놓는데 불과했다.
정부가 새 정비법을 만든 것은 수도권인구 집중의 심각성을 인식, 새로운 각도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노력의 첫걸음으로 풀이 할 수 있다.
어떤 정책을 추진하려면 법이나 제도적인 근거랄까 뒷받침이 전제되어야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정부가 현행 법체계대신 수도권인구억제를 보다 능률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법체계를 만든 것은 일단 수긍이 간다.
그러나 법의 제정만으로 인구의 소산을 이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수도권인구가 더이상 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감소시키려면 보다 근본적이며 거시적인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한다. 그리고 그 정책은 정부차원이 아닌 국가적 차원의 중요성을 띠고있는 만큼 일관성을 갖지 않으면 안된다.
예컨대 서울의 비만증을 묶어두기 위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나 절대녹지, 절대농지만 해도 정부가 바뀌거나 주무장관이 바뀐다고 해서 정책이 변경되거나 흔들려서는 안된다. 인구의 수도권집중도 따지고 보면 하나의 흐름으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우선 취업이 쉽고 자녀교육에도 유리하고, 기타 생활상의 편익이나 문화적 혜택을 지방에 사는 것보다 더 많이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서울로만 몰려드는 것이 아니겠는가.
국무총리를 정점으로 일원화하고 종합화한 행정체계의 효율적 운용이 수도권인구억제에 얼마쯤 기여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정부가 할 일은 이미 지적한대로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접근책이어야한다.
지방에 살아도 고용기회가 있고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으며 도시민 못지않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면 구태여 오염되고 어지럽기만한 도시에 와서 살려고 하겠는가.
따라서 정부가 할일 중 가장 긴요한 것이 지방도시의 학술적, 문화적, 산업적 기능을 서울 못지않게 확충시키는 일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방문화단의 형성을 이룩하는 방안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첩경은 지방자치제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지방자치제의 실시는 민주시민으로서 국민을 훈련시킨다는 점에서 뿐 아니라 수도권인구집중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검토가 가해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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