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국어 250자 번역, 200원에 2분이면 OK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최근 중국의 온라인몰 ‘타오바오’에서 옷을 산 김모(36)씨는 실수로 배송주소를 잘못 입력했다. 김씨는 판매자에게 e메일을 보내기 위해 모바일 앱 ‘플리토(Flitto)’를 찾았다. 김씨가 250자 분량의 한글을 번역해달라고 플리토 게시판에 올리자 2분 만에 중국인 전문번역가가 댓글을 달았다. 김씨는 “단돈 200원에 빠르고 정확한 번역이 가능해 좋다”고 말했다.

 전세계 370만 명이 쓰는 플리토는 텍스트부터 음성·웹툰 등 다양한 콘텐트가 17개 언어로 번역되는 ‘통번역 서비스 거래소’다. 사용자들의 집단 지성이 플리토의 경쟁력이다. 번역된 문장이 수억건씩 쌓이자 다국어 사전을 서비스하는 네이버가 이를 통째로 사가기도 한다. 이처럼 새 시장을 개척한 플리토는 2012년 만들어진 스타트업(신생기업)이다. 이정수(36) 대표는 “검색업체의 기계 번역보다 정확하고 자연스럽다는 인정을 받아 빠른 시간 내에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콘텐트 플랫폼’형 스타트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출발한 카카오톡 신화를 뒤이을 유망주들이다.

 2009년 창업한 블루핀이 만드는 모바일 교육 분야 1위 앱 ‘키즈월드’에는 웬만한 키즈 캐릭터가 다 있다. 라바·또봇 같은 국산 캐릭터 뿐만 아니라 미국 출판사 맥그로힐의 초등교과서나 앵그리버드 같은 전세계 유명 캐릭터를 활용한 상호작용형 교육 자료 1만2000편이 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 4개국어로 서비스 된다. 대기업들도 뛰어들었다 실패한 이 시장에서 살아남은 건 블루핀 혼자다.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제작 원가를 낮춘 덕분이다. 이를 알아본 중국 텐센트는 2년 전 블루핀에 30억원을, 최근엔 스틱인베스트먼트가 40억원을 투자했다. 김정수(41) 대표는 “모바일 교육콘텐트 분야의 세계 1위 퍼블리셔(유통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블루핀은 12월부터 삼성전자의 e러닝서비스인 ‘러닝허브’를 개편해 성인교육 시장에 진출한다.

 패션·웹툰처럼 언어 장벽이 낮은 서비스는 플랫폼 경쟁력이 더 높다. 사용자들이 패션 정보를 공유하는 패션SNS ‘스타일쉐어’는 패셔니스타들의 정보 허브다. 무명이던 해외 브랜드가 여기서 입소문을 타고 매출이 서너배로 뛰는 등 성공 사례가 여럿 나왔다. 지금은 제일모직·코오롱을 비롯해, H&M·탐스 같은 국내외 브랜드가 스타일쉐어에서 신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소개한다.

 지난해 6월 서비스를 시작한 웹툰 ‘레진코믹스’는 중국에 이어 일본 진출을 준비 중이다. 이 회사 이성업 이사는 “최근엔 영어권에서도 우리 웹툰이 일본 망가(만화)급 인기를 얻고 있다”며 “웹툰을 게임·영화로 제작해 새로운 콘텐트 비즈니스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레진코믹스는 지난 4월 엔씨소프트로부터 50억원을 투자받았다.

 정부도 돕고 나섰다. 미래부 산하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스타트업의 콘텐트가 세계 곳곳의 소비자들에 닿을 수 있도록 클라우드 및 콘텐트 전송 네트워크(CDN) 서비스 사용료를 지원하고 있다. 매년 10여개 스타트업이 각각 1억원 상당을 지원받는다.

 하지만 정부의 해외 네트워크를 더 적극적으로 끌어다 창업자들에게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타일쉐어 윤자영(26) 대표는 “도쿄나 상하이에서 별도 사무공간을 마련하기 힘든 한국 창업자들이 카페를 전전하고 있다”며 “세심한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