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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손님 위장 단속에 성매매 여성 투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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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손님으로 위장해 성매매 단속을 벌이던 과정에 20대 여성이 모텔에서 뛰어내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함정 단속'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경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5일 오후 10시50분쯤 통영시의 한 모텔 6층에서 A(24·여)씨가 창문으로 뛰어내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티켓다방에 소속된 A씨는 40여 분 전 손님으로 위장한 경찰의 전화를 받고 모텔로 왔다. 이어 두 사람이 침대에 들어간 사이 모텔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남경찰청과 통영경찰서 합동단속반 소속 경찰 3명이 방에 들어섰다.

경찰로부터 모텔 투숙 경위 등을 조사받던 A씨는 "옷을 입겠다. 잠시 나가달라"고 요청했다. 경찰들은 방을 나가 문을 조금 열어놓은 상태에서 문고리를 잡고 대기했다. 하지만 A씨는 방문 뒤편에서 옷을 입은 뒤 갑자기 창문을 통해 뛰어내렸다. 경찰이 급히 방으로 들어가 창틀에 매달린 A씨의 손을 붙잡으려 했지만 놓쳤다. A씨는 골반 골절 등 중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음날 오전 3시37분쯤 숨을 거뒀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함정 단속'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2010년 5월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이진만 부장판사) 판결을 근거로 "성매매 단속을 위한 일반적인 수사 기법으로 함정 단속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당시 재판부는 여관 업주 B씨가 경찰의 손님 위장 성매매 수사에 걸려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뒤 "위법한 함정 수사에 따른 처분은 부당하다"며 서울 강북구청을 상대로 낸 영업정지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함정 수사란 범죄 의도가 없는 사람에 대해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을 써 범죄를 유발토록 해 범인을 검거하는 수사 방법"이라며 "범죄 의도를 가진 사람에 대해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주거나 범행을 용이하게 한 것에 불과한 경우는 함정 수사라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여성단체들은 함정 단속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박정년(59·여) 경상남도 여성복지상담소시설협의회장은 "모텔과 티켓다방·보도방 등 성매매를 알선하는 구조적인 문제는 제대로 짚지 않고 성매매 여성만 함정 단속하는 게 과연 성매매 근절에 도움이 될 지 의문"이라며 "이 같은 단속을 할 때에도 여성 경찰을 대동하거나 사고에 대비한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협의회에는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머무르고 있는 해바라기 쉼자리 등 39개 여성보호시설 및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통영=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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