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해외 유학·이민 풍속도… 학위보다 자격, 생계보다 여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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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조모(35)씨는 최근 프랑스에 있는 요리학교 '코르동 블루(Le Cordon Bleu)'로 유학을 떠났다. 평소 요리와 제빵에 관심이 많았던 조씨는 올해 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한국의 코르동 블루 분원을 통해 프랑스로 갔다. 조씨는 1년 뒤 한국으로 돌아와 전문 요리사로 활동할 계획이다.

해외 유학과 이민의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학위를 따기 위해 유학을 떠나고 자녀교육.사업 등을 위해 이민을 갔지만 요즘은 보다 나은 생활을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 학위보다는 자격증=자격증 유학의 분야는 미용.요리.플로리스트(florist.꽃 관련 전문가).보석감정사 등 다양하다. 해외 자격증으로 경쟁력을 갖추면 국내에서 취업이 좀 더 쉬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로 준비한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현지 영주권 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도 상당수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 유학을 떠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자 취득이 어렵고 취업이 제한되는 미국이나 캐나다보다는 영국.호주.뉴질랜드 쪽으로 많이 몰린다고 한다.

이처럼 해외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자격증 유학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유학원도 생겼다.

특히 '삼순이 신드롬' 덕분에 코르동 블루 한국 분원 등에는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항공 승무원으로 취업하기 위해 관련 과정을 이수하는 '승무원 유학'도 등장했다.

B사 강순구 대표는 "상담 문의가 1주일에 40~50건 정도로 지난해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며 "해외 학위를 받아도 취업이 안 되다 보니 아예 자격증 유학으로 방향을 바꾸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양대 교육학과 정진곤 교수는 "특정 국가에서만 인정되는 자격증도 많고, 자격증이 있어도 반드시 취업되는 것은 아니다"며 "유학원에서 제공하는 정보만 믿었다가 낭패를 당할 수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웰빙 이민'도 급증=동남아 등지에서 제2의 인생을 즐기려는 '웰빙 이민'도 늘고 있다. 은행을 다니다 정년퇴직한 뒤 2003년 피지로 이주한 전모(61)씨는 요즘 야자수 사이로 보이는 바다를 보는 낙에 빠져 있다. 틈틈이 골프와 승마를 즐기는 전씨의 생활비용은 한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F사 성수목 대표는 "은퇴 이민은 피지, 결혼 이민은 베트남, 자녀 교육을 고려할 경우 말레이시아 등으로 해외 이민도 세분화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언어와 사회 문화가 크게 달라 주의할 점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해용.우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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