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인력의 보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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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노동부가 8일 발표한 「부당 인력스카우트 방지대책」은 경기회복 때 예상되는 기업체간의 과열스카우트를 방지하고 고용질서를 확립, 모든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이룩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이 대책은 퇴직을 하고자하는 사람이 30일전에 사용자에 통고하는 것을 제도화함으로써 인력이동에 따른 공정상의 차질을 막고 어떤 기업체가 인력을 신규 또는 확대 모집할 때 노동부에 사전신고토록 하며, 다른 회사근로자를 월 10명이상 스카우트하는 기업주의 형사처벌 등을 골자로 하고있다.
70년대 말의 호황기 때 일부기업들이 대졸자와 기능인력에 대한 과당한 유치경쟁을 벌여 임금의 경쟁적 인상, 동종기업간의 갈등·마찰 등 부작용을 빚어 경제발전을 도리어 저해하는 결과를 빚었음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우수한 인력을 많이 확보하려는 것은 기업의 속성으로 보아 나무랄 일은 아니다. 타기업으로부터의 인력스카우트는 선발기술의 신속한 이전은 물론 기업체의 인력관리기능을 강화시키고 근로조건의 평준화를 유도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을 많이 지니고있다.
다만 그것이 과열화해서 경쟁업체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정도가 된다거나 자칫 감정적인 대결로까지 번지는 일이 있어서는 우리의 건전한 기업풍토조성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과거에 일어난 몇몇 경우를 보면 한꺼번에 1개 생산라인을 몽땅 스카우트함으로써 한 공장의 제조과정 자체를 마비시킨 일도 없지는 않았다.
따라서 노동부가 마련한 이번 조치는 경기가 회복될 때 일어나기 쉬운 이같은 부작용을 미리 막자는 데 주안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부집계를 보면 우리 나라 근로자들의 이동률은 81년현재 월평균 4·7%로 호황기의 5·3%(79년), 5·1%(78년)보다는 둔화되었으나 78년이래 1·4%수준을 유지하는 일본보다는 훨씬 높은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근로자들의 이동률이 이처럼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은 우리 나라의 직업안정률이 아직 요원한 수준에 머물러있다는 사정을 반영하는 것이다. 노동부의 이번 조치는 그러나 고용주측의 입장에 치우치지 않았나 하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근로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조치는 헌법이 보장하고있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약하는 결과를 빚기쉽고 기업체의 입장을 보아도 건전한 인력확보경쟁을 가로막을 소지도 있는 것이다.
사실 과거 기업체들의 인력확보경쟁이 복지시절과 임금인상 등 근로자를 위한 각종 혜택을 서둘러 마련한 계기가 되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근로자들의 퇴직예고제가 마치 정부가 기업체나 사용자의 이익을 더 소중히 여기는 것으로 잘못 인식되어 이를 악용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다시 말해 이 조치가 우리기업의 고용질서를 확립하고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기업간의 스카우트가 촉발시킨 긍정적인 측면은 조장시켜야겠다는 것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근로자들이 직장을 옮기는 가장 큰 이유는 임금 때문이다.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임금을 조금이라도 더 준다면 미련없이 그 직장을 떠나고 만다.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퇴직예고제 및 형사처벌 등 제도를 통한 규제도 불가피하겠지만, 모든 기업이 임금인상은 물론 복지·후생시설의 확충, 상하간의 인간적인 유대 등을 통해 근로자들이 자기직장에 애착을 갖도록 하는 일에 한층 힘써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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