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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기려면 실력쌓는길뿐"-이규호문교가 말하는 새학기 「교육의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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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본의 역사교과서 사실왜곡과동이 채 마무리 되기전에 2학기를 맞았다. 대입학력고사도 앞으로 80여일. 각급학교가 몹시 분주하다.
계규호문교부장관을 만나 새학기의 학생지도대책과 대학의 자율성보장, 국사교육강화방안등에 관한 장관의 구상을 들었다.
-대학이 문을 열고 새학기를 맞으면서 학생들 사이에서도 일본교과서의 사실왜곡문제를 둘러싼 움직임이 없지 않은데 문교부가 이를 굳이 막고있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우리의 대학생이 그런 문제에 관심이 없다면 오히려 한심스러워할 일이다. 그러나 대학생이 여기에 어떻게 반응해야하는가 하는 것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일본의 교과서사실왜곡은 우리로서는 외부로부터 온 일종의 정신적 도전이다. 그 도전에 대학생들은 역시 대학생다운 반응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일본대학생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서 더 많이, 더 깊이 동양사를 공부하고 한-중, 한-일관계사에 파고 들어야한다.
일본서 한국사를 연구하는 학자는 2백명이 넘는다는데 우리나라에선 일본사연구자가 2∼3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숫자로만 따길 수는 없지만 자로의 뒷받침이 그만큼 약할수 밖에 없다. 결국은 학문과학문의 싸움으로 결판은 나는데….

<학문과 학문의싸움>
일본이 우리를 깔보았다면 모든 학문분야에서 일본대학생을 이겨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를 소요에 직결시킨다면, 일본이 우리를 무서워하기보다는 오히려 비웃을 것이다.
냉혹한 실력대결의 시대에 대학생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열심히 실력을 길러달라는 것이다. 그래서 기성세대가 일본을 따라잡지 못했다면 다음세대인 대학생이 그 일을 맡아 줘야한다.
-일본교과서의 사실왜곡문제와 관련, 민족사관정립이나 교육을 통한 극일의 구체적 계획이 있다면….
▲문교부장관으로서 나는 민족사의정체성에 뿌리박고 세계로 뻗어가는 건전한 한국인을 기르는데 교육정책의 목표를 두고있다. 「한국인」 이란 말에 일부 지식인은 이의를 제기하기도 하지만….
어떻든 이번 일본교과서 사실왜곡은 우리국민의 의식생활에 하나의 전기를 만들었다고 본다. 열등감을 씻고 당당하게 자부심을 갖고 자랄수 있게 교육해야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반드시 이 문제 때문만은 아니지만. 우리문화속의 도덕적 가치관을 익히고 세계로 뻗어갈 수있는 인간을 길러나가야 한다. 그러나 폐쇄적인 국수주의 교육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국사교육협의회」같은 기구를 만들어 일본인이 정해놓은 식민사관의 굴레에서 벗어난 주체적 역사교육의 틀을 만들어야겠다. 민족사관에 대한 인식이 뚜렷한 학자는 물론, 고전에 능통한 학자까지 포괄하는 기구로 역사교육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문교부의 대학정책이 안정을 강조한 나머지 「학원대책」 차원에 머물려 있다는 비판이 없지않은데….
▲그렇지 않다고 본다. 나는 가끔 총·학장들과 얘기할 때도 우리의 대학이 세계수준에 손색없을 정도로 착실한 강의를 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데모 좀 하는게 무슨 상관이냐고 말하곤 한다.
대학정책의 기본목표는 대학의 질을 세계수준에 올려놓는데 있다. 학원안정을 강조하는 것은 정치적인 뜻보다 긴 안목에서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자는데 있다. 휴강이나 결강이 다반사가되고 휴교를 해야하는 불안정속에서 대학의 질적 수준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
대학정책의 또 하나의 목표는 마음을 일고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조성이다. 가령 「1+2=3」 이란 진리는 강요할수도 있지만 인문·사회과학의 발전은 마음을 연 대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데올로기비판교육도 마찬가지다. 이데올로기적 고민을 자유롭게 얘기할 수 없는 풍토에서 이데올로기비판교육은 불가능하다. 다만 우리 대학의 종래 병폐였던 특정서클의 교조(교조)강요식 학생활동은 배제돼야 한다.

<총·학장재량 인정>
그런 것을 막아야 「토론의 장」도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어느 단계의 교육에서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생동하는 대학교육을 위해 자율의 폭은 클수록 좋다고들한다.
그런데 문교부는 총·학장재량권까지 제한하는 지시를 하고있다고 대학들은 불만인 것 같다. 가령 축제나 행사 또는 시험의 방학활용같은 것은 총·학장의 권한사항이아닌지….
▲그 문제는 학사력을 짤 때 총·학장들이 고려해달라고 관심을 표명한 것이지 지시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우리의 대학처럼 학기중에 강의를 걷어치우고 야만스럽게 축제를 하거나 중간시험을 앞두고 l주일이상씩 휴강을 히는등으로 공부하는 시간을 뺏기면서, 계속 열심히 공부하는 외국의 대학생을 따라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의 대학에서는 그런 일이 상식화돼 있지만, 외국대학에서 그런 풍조는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강의를 충실히 하게되면 방학기간을 늘려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방학을 실력향상이나 자기수련의 소중한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생각해 볼 일이다.
-대학의 자율성은 학생선발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되는것 같다.
대학이 길러낼 인재를 스스로 뽑을 수 없는 현행 입시제도는 어딘가 잘못돼 있는 것으로 보지 않는지….
▲대학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강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의가 있을수없다. 자율성이 없을 때 주어진 상황에 대한 책임의식이나 창의력 발휘를 기대할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대학은 우리의 사회구조를 떠나 있는 것이 아니란 점에 주의해야한다. 어느 외국과도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교육열이 높아 우리사회전체가 볼 때 대학의 학생선발이 공정하지 못하다든지 또는 교육체제전체발전에 도움이 안되는 부작용이 생기면 이는 중대한 문제가 된다.

<전인교육에 중점>
대학입학전형을 위한 국가시험제도는 외국에서도 일반화돼었다. 독일의 「아비투어」, 프랑스의 「바칼로레아」가 그렇고 미국도 대학별 본고사를 치르지 않고있다.
우리가 고집하는 현행제도는 또 시험준비부담으로 공부에 진저리를 내게되면 상급학교에가서 오히려 공부를 않게 되는 병폐를 바로 잡자는것이다.
그래서 과외를 금지했고, 대학에 들어가면 책에서 손을 떼는 해방감을 갖지않도록 하기위해 학력고사만 치르게 하는 것이다. 또 내신성적을 반영해 고교에서 전인교육이 되도록 하려는 것이고…. 앞으로는 구두시험의 점수화도 추진해 전체교육체제가 이상적인 방향으로가고 입시에서의 불공점이 없다는 보장만 되면 대학별 자율의 폭은 계속 넓혀나가겠나.
-지난 입시에서 2중합격자를 가려낸것은 공정입시를 위한 문교부의 의지표현으로도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 국가관리 입시에는 그런 구멍이 날 수 있다는 교훈도 될것 같은데….
▲부정한 방법으로 대학교육을 받고 사회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버려야한다고 본다. 불필요한 규칙은 최대한 억제해야하지만 한번 정한 규칙은 철저히 지키도록 할 생각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2중합격학생은 치명적인 처벌을 받게됐는데 관리상의 잘못을 자지른 대학이나 관계자에 대해서는 관대했다. 이는 형평에 어긋나는 조치가 아닌가.
▲대학은 모르고 당한 부분도 상당히 있다. 그러나 관리를 성실히하지 않은 과오에 대해서는 경고와 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사후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고교평준화가 시행된지 10년을 맞으면서 그동안 공도 많았겠지만 하향평준화란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영재교육을 외면하고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돼 왔는데….

<수업일수 꼭지켜야>
▲그런 점에서 비판을 받고있는것은 사실이다. 그리나 이 제도를 무너뜨리면 어떻게 되겠는가. 국민학교때부터 좋은 학교를 찾기 위해 혼란이 오고 건전한 인격교육보다는 이기적인 인간상을 기르는 교육으로 흐를수밖에 없을것이다.
영재교육이란 그 개념부터 올바른 정의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어릴 때 어른이 알고있는 것을 알면 영재라고 생각하는 경우로 있는데 그 어린이가 어른이 되면 반드시 더 많은 일을 할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동들의 특수한 재능을 최대한 기를수 있게 하는 것이 영재교육이라고 생각한다.
평준화 속에서도 이를 위해 체육고·예술고·과학고등특수고교제도를 만들고, 교과별·능력별반편성운영을 올해부티 전국에 확대해 최대한의 재능개발기회를 만들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은 국력의 근원이다. 대학수준에서도 첨단과학기술방면의 영재교육기회를 앞으로 만들어야 할것으로 본다.
문교부는 충실한 교육운영을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하고 법정수업일수준수, 각종행사학생동원금지지시를 자주하고 있는것으로 안다. 장관께서는 행사때 학생들을 등원하는 사례가 완전히 없어졌다고 보는지….
▲며칠전 대통령각하의 외국순방 환송, 환영에 초·중·고교학생들이 많이 나왔던 점을 지적하는 것 같은데 그것은 세계로 진출하는 국가적 행사에 국민적 단합의사를 보이기 위한 것으로 안다. 특수한 경우인만큼 국민 여러분의 이해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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