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연수 아파트촌 옆에 화물터미널 신축 허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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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인천시가 연수구 동춘동에 대형 화물터미널 건립을 허가하자 인근 7천여 가구 아파트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시는 터미널 건설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반면 주민들은 교통난과 소음 발생 등 생활환경 악화를 우려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

◆화물터미널 건설 추진=화물터미널이 들어설 곳은 동춘동 926 일대 3만1천여평. 이 부지는 1994년 연수지구 택지개발 사업이 마무리되고 아파트 입주가 시작될 무렵 인천시 도시계획에 따라 터미널과 공산품 도매전시장 등의 용도로 지정됐다.

이후 5년 넘게 공터로 남아 있다가 99년 ㈜서부트럭터미널이 매입했다. 서부트럭터미널 측은 부지를 사들인 뒤 당초 2003년 말 완공 목표로 2001년부터 화물터미널 건설을 추진했으나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반대로 착공을 하지 못했다.

사업이 늦어지자 감사원은 인천시에 대해 당초 목적대로 화물터미널 건립을 이행하도록 요청했으며 시는 서부트럭터미널 측에 '사업 이행계획서' 제출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서부트럭터미널 측은 최근 지하 2층, 지상 6층(연건평 8천9백여평) 규모의 집배송 센터와 화물차 2백84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 등을 짓겠다며 시에 건축허가를 신청, 허락을 받아냈다.

◆주민 반발=화물터미널 부지에서 50m 떨어진 곳에 연수지구 한양 1차아파트 1천20가구를 비롯해 반경 5백여m 안에 현대.삼환.대우.우성아파트 등 7천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주민들은 단지 맞은편에 화물터미널이 들어서면 대형 차량들이 매연과 소음공해를 일으키고 교통체증이 심해진다며 항의하고 있다. 주민들은 아파트 단지 곳곳에 플래카드를 내걸고 앞으로 공사가 진행될 경우 인천지역 시민단체와 힘을 합쳐 공사현장을 몸으로 막는 실력행사도 불사할 태세다. 지난달 28일에는 연수구청 앞에서 '화물터미널 저지를 위한 집회'를 열기도 했다.

주민대책위원회 유춘근(兪春根.71)위원장은 "주민들의 주거환경을 해치는 시설은 주택가에서 먼 곳으로 이전해야 하는데 인천시는 오히려 이를 끌어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천시 입장=인천시는 이곳이 유통업무 시설 부지인데다 화물터미널 건설이 행정적으로 문제가 없는 만큼 신축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터미널 부지와 아파트 단지 사이에 도로를 포함해 1백50여m의 공간이 있고 화물 집.배송이 건물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소음이나 매연의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서부트럭터미널 관계자도 "합법적으로 토지를 구입한 뒤 지금까지 주민들의 반대로 계속 땅을 놀리면서 세금만 내고 있는 형편"이라며 "회사로서는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엄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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