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응, '이래도 마이너냐'…7.1이닝 무실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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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응(뉴욕 메츠)은 2003년 한때 '서덕스'로 불렸다. 정확한 제구력이 메이저리그 최고의 컨트롤러 그레그 매덕스를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였다. 둘은 스타일이 비슷하지만 성적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서재응은 통산 20승도 올리지 못한 햇병아리이고, 매덕스는 통산 313승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 둘이 7일(한국시간) 미국의 심장, 뉴욕의 셰이스타디움에서 맞붙었다. 시카고 컵스의 선발 매덕스는 역시 잘 던졌다. 컴퓨터투수로 불릴 만했다. 그러나 서재응이 더 정확했고, 잘 던졌다. 매덕스가 1990년대를 호령한 '386'이었다면 서재응은 '펜티엄'이었다. 7과 3분의 1이닝 무실점. 완벽했다. 볼넷은 단 한 개였고, 4안타가 흩어졌을 뿐이었다.

약 3개월 만에 빅리그에 복귀, 시즌 네 번째 선발에 나선 서재응은 메츠의 코칭스태프와 3만9911명의 관중을 향해 '이래도 모자라느냐'며 시위를 하는 듯했다. 5월 5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 7이닝을 단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고도 마이너리그로 내려가야 했던 그였다. 서재응의 직구는 가운데로 몰리는 공이 없었고 체인지업, 커브도 원하는 대로 떨어졌다. 리그 2위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컵스 타선도 절묘한 제구력 앞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서재응은 시즌 3승(통산 17승)째를 올렸고, 매덕스는 9패째.

8회 초 1사 후 서재응이 관중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마운드를 내려가자 구대성이 구원으로 등판했다. 구대성은 맷 로튼을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토드 워커를 우익수플라이로 잡아내 서재응의 승리에 힘을 실었다. 브래든 루퍼가 9회 세이브를 올려 2-0 승리를 지켰다.

메츠의 윌리 랜돌프 감독은 두 경기 선발에서 14와 3분의 1이닝 연속 무실점으로 평균자책점(방어율)을 1.42로 낮춘 서재응을 또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내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서재응은 "오늘이 한국에 계신 아버님(서병관) 생신인데 좋은 선물을 해드린 것 같다. 또 갓 태어난 딸에게도 축하선물을 준 것 같아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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