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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리빙] 그룹 '동물원' 의 동요 예찬론 한번 들어 볼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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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동물원은 … '혜화동''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널 사랑하겠어' 등 서정적인 포크록으로 사랑받고 있다. 멤버 모두 아빠이거나 예비 아빠가 된 지금, 결성 18년 만에 처음으로 동요 콘서트를 연다. 서울 정동극장에서 13, 14, 15, 20, 21일 오후 2시와 4시에 열린다. 어린이 1만5000원, 어른 2만5000원(자녀 동반시 20% 할인된다). 02-751-1500.

동요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피아노를 배우기에 앞서 음감을 익혀야 한다며 동요 과외라는 것도 성행하고 있다니까요. 그런데 동요를 배우는 게 단지 음감을 다듬기 위한 걸까요. 기억도 가물가물한 어린 시절, 엄마 무릎을 베고 누워 단잠에 빠져들 때마다 들었던 멜로디는 아직도 귓가에 선합니다. 엄마 품의 포근한 느낌, 나른한 오후 햇살, 흐릿한 우리 집 앞마당 정경 등과 함께 한 폭의 그림처럼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자, 그 모습을 함께 떠올리며 동요 이야기를 해 볼까요.

아이들, 특히 유아들은 어른들과 달리 기억하고자 하는 대상만을 머리에 넣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걸 둘러싸고 있는 환경까지 한꺼번에 기억하지요. 그래서 유아기의 체험과 환경은 이후 정서적 성장에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칩니다.

아이를 목욕시키면서 엄마가 무심코 노래를 흥얼거린다면 아이는 시원한 물의 감촉, 비누칠 한 후의 뽀드득한 상쾌함, 엄마의 정성어린 손길까지도 함께 기억하지요. 잘 부르지 못하더라도 부모가 불러주는 노래가 가장 훌륭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따뜻한 손길, 애정어린 눈길과 함께 부모의 목소리로 직접 불러주는 동요는 가장 훌륭한 정서 교육 수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부모가 음치라고 해서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음감 교육은 피아노 강습이나 유치원, 학교 음악 교육으로도 충분하니까요.

음악만큼은 아이들이 숨을 돌릴 수 있는 쉼터, 뛰어놀 놀이터가 돼야 합니다. 놀이로서 음악을 접할 때 아이들은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되거든요. 놀이로서 음악의 출발점이 바로 동요랍니다.

유아에게는 목욕할 때 '퐁당퐁당'을 부르고, 잠잘 때는 자장가를 부르는 등 상황에 어울리는 노래를 불러주세요. '아기 돼지''곰 세 마리'같은 노래는 아이의 이름을 넣거나 가족 상황에 맞게 바꿔 부르면 아이가 더 좋아하겠지요. 처음엔 어색하더라도 익숙해지면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이 더욱 풍요해집니다.

유치원에 다닐 나이가 되면 아이들은 노랫말의 의미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특히 문학적이고 시적 비유가 뛰어난 동요는 예술적 상상력을 자극하지요. 감상용 동요 CD는 전자음으로 연주한 것보다 피아노나 통기타 같은 어쿠스틱 악기로 연주된 걸 고르는 게 좋습니다. 정서적 영향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어쿠스틱 악기로 연주된 음반이 제작 과정에서 정성을 더 기울였을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동요 음반은 '백창우와 굴렁쇠 아이들' 등 몇몇을 빼고는 대개 경박한 전자음 반주가 대부분입니다. 월트 디즈니 만화 OST에는 오케스트라까지 동원하는 등 외국 동요 CD 중에서는 정성을 들인 작품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어지러운 플래시 화면에 전자음이 뒤죽박죽 섞인 'OO송'을 컴퓨터로 보는 것도 자제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음악을 영상으로 먼저 접하면 음악적 상상력을 펼치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음악은 가족 간의 소통도 도와줍니다. 아이들이 요즘 어떤 만화 주제가를 좋아하는지, 학교에서 어떤 노래를 배웠는지 물어 보세요. 피아노나 리코더 반주에 맞춰 함께 노래도 불러보고요. 아니, 반주가 없으면 어떻습니까. 음정.박자 좀 무시하면 또 어떻습니까. 여름 밤 거실에 모여 앉아 아이들과 함께 부르는 동요 한 자락만큼 아름답고 소중한 게 세상에 또 있을까요. 엄마 아빠의 정성이 담긴 노래가 아이들에게는 가장 듣기 좋은 음악이랍니다.

박기영.유준열(그룹 '동물원' 키보드.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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