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편애"서 다소 후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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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팔레스타인문제에 관해 레이건 대통령이 새로운 평화안을 제시한 것은 그동안 중동문제에 관해 「중재자」의 입장을 취하던 레이건 자신이 「완전한 참여자」가 돼 보겠다는 적극적인 자세가 바탕에 깔려있다.
78년의 캠프데이비드 협정은 팔레스타인문제를 5년 안에 해결하도록 규정은 하고있으나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 있는 이스라엘 정착촌문제와 그 지역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자치권문제를 놓고는 쌍방이 여전히 다른 해석을 하고있었다.
레이건의 지나친 친이스라엘 입장에 반대해서 애당초부터 국무장관직을 고사했던 슐츠는 지난6월 헤이그의 자리를 수락하고 나자마자 중동사태에 관한 미국의 공평한 정책을 천명, 레이건의 설득작업에 박차를 가했던 것이다.
레이건은 제1단계로 이스라엘의 정착촌을 동결시키는 한편 그 지역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자치문제는 추후의 협상을 통해 해결하도록 권고했다.
레이건이 예정을 앞당겨 1일 밤에 이 제안을 발표한 것은 베이루트에서의 PLO철수가 완료됐다는 점과 다음주 모로코에서 열릴 아랍정상회담을 겨냥해 최대한의 효과를 얻어내려고 시도했음이 분명하다.
중동각국의 복잡한 사정을 고려한다면 레이건의 제안이 결실을 맺으려면 상당한 시련과 위험성마저 내포하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은 앞으로 이스라엘과 아랍에 대한 미국의 군사·경제원조를 협상추진의「지렛대」로 사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레이건 제의를 캠프데이비드 협정의 배경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번 레이건 제의 중 가장 두드러진 점은 캠프데이비드 협정이래 요르단강 서안일대와 가자지구를 자기영토로 접수하려고 한 이스라엘측 의도에 쐐기를 박았다는 점이다.
캠프데이비드 협정은 팔레스타인민족의 「합법적 권리」와 「정당한 요구」를 인정하고는 있지만 궁극적으로 팔레스타인 국가창설이라는 팔레스타인 및 아랍측 요구는 얼버무리고 있다.
즉 이 협정에 따르면 이집트·이스라엘·요르단 3국의 주도로 이 지역에 자치행정기구를 설치하고 이 단계가 끝나면 이스라엘과 요르단간에 평화협정을 체결하도록 되어있다. 그 과정에서 팔레스타인대표가 참여해서 자기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범위에 약간의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어 틔어있기는 했지만 궁극적으로 팔레스타인이 독립국가로 될 것인지 자치령으로 남을 것인지, 또 자치령으로 남을 경우 이스라엘과 요르단 또는 이집트 중 어느나라 주권아래 놓이게 될지는 일절 언급이 없다.
그러나 캠프데이비드 협정이 조인된 이래 이스라엘은 마치 이 협정이 점령지에 대한 이스라엘의 영유권을 공인해준 것인양 행동하면서 유대인의 정착촌을 요르단강 서안일대와 가자지구에 건설했다.
현재 이 지역에는 1백개처의 유대인 정착촌과 2만5천명의 유태인이 진출해 있다.
그러니까 레이건 제의는 캠프데이비드 협정이래 이스라엘이 추구해온 점령지 귀속의 기정사실화 움직임을 역전시키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있는 셈이다.
이런 의도는 중간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현실감각」을 반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현실감각은 이스라엘군의 레바논공략이 미국의 묵인 내지는 은밀한 지원 아래 이루어졌다는 생각에서 반미로 돌아서려는 아랍권의 비판적 태도를 무마하기 위해 필요했을 것 같다. 레이건 외교팀은 뒤늦게나마 중간외교에서 이스라엘편향성이 갖는 해독과 아랍의 반미전향이 가져올 새로운 위협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 같다.
그러나 레이건 평화안은 그런 의도에도 불구하고 전망이 아직은 극히 불투명하다. 우선 직접적인 당사자인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자치정부수립이 곧 독립국가 창설의 전단계로 판단, 레이건의 구상에 반발하고있다.
그런가하면 PLO(팔레스타인민족해방기구)로서는 레이건 제의의 형식적 문맥을 보면 미국안의 수락은 바로 팔레스타인 국가창설의 숙원을 포기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아직 공식반응은 없으나 아랍권에도 부정적 요소가 전혀 없지 않다.
이스라엘은 캠프데이비드 협정에 따라 지난4월 시나이반도를 이집트에 반환하면서 요르단강 서안은 자기들의 국가방위를 위해 필수적인 지역이기 때문에 이 땅만은 내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스라엘인들은 요르단강 서안을 요르단에 넘기면 이스라엘국민의 80%가 살고있는 인구밀집지역이 모두 요르단의 포사격권안에 들어간다는 점을 늘 지적해왔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해 가할 수 있는 최대의 압력은 물론 무기원조다.
그러면 미국은 이스라엘을 설득하기 위해 어떤 안전보장과 압력수단을 동원할 것인가7
오는 6일 모로코에서 재개되는 아랍권 정상회담에서 미국 안에 대합 아랍국가 전체의 입장이 어떻게 집약될 것인지가 레이건 구상추진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워싱턴=김건진특파원】

<카터도 지지 표명>
【워싱턴AP로이터=연합】지미·카터 전미 대통령은 2일 메나헴·베긴 이스라엘수상이 캠프데이비드 협정체결 때 예루살렘문제의 협상을 통한 해결과 유대인의 요르단강 서안 정착금지에 동의했다고 밝히고 베긴 수상에게 이룰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날 ABC-TV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베긴 수상과 아리엘·샤론 국방상이 추진하고 있는 유대인 「대량정착정책」은 대다수 아랍국들에 『이스라엘이 캠프데이비드 협약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을 확신시켜주고 있다』고 지적, 이것이『중동평화에 큰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글에서 카터 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레바논으로부터 철수했다해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라면서 PLO의 곤경은 아직도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라고 지적, PLO와 여타 온건 아랍국들은 평화를 위한 길에 다 함께 참여해야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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