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김성덕(47.사진) 감독은 1986년 MBC 코미디 작가 공채 1기로 방송생활을 시작해 시트콤 '세친구'로 이름을 날렸고, '보스 상륙작전' 등의 영화도 찍은 연예계 터줏대감이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는 연예계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심심찮게 나타났다.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며 고등학교를 접은 자기 아들을 포함해서…. 쉿, 사실 김감독도 적성에 안맞는 공고를 때려치우고 검정고시를 본 이력이 있다.
"정말 감독이 될 소질이 있는지 알아보려면 5분짜리 단편 영화라도 하나 만들어봐야 합니다. 정규 교육 과정으로는 그런 검증을 할 도리가 없습니다. 적성을 확인할 시간을 벌기 위해 검정고시를 택한 거죠. 영화 감독인 제가 봐도 아이에게 줄 정보가 없어 답답한데, 다른 부모들은 어떻겠습니까."
그는 연예인이 되고싶다는 아이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신 상태'라고 지적한다.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하기 보다는 십중팔구 "스타가 되고 싶어요"라고 막연하게 말한다는 것이다.
"직업으로서 연예인의 길을 걷는 게 적성에 맞을까, 그 길을 걸을 각오가 돼 있는가를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실력이 어느 정도 된 뒤에야 의대냐 법대냐를 고민하고, 대학 진학 후에도 10년은 수련해야 하는 것처럼 연예인도 최소 10년을 고생할 각오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막연히 연예인에 대한 환상에 빠져 있다면 얼른 정신을 차리라는 충고가 책 곳곳에 담겨 있다.
대신 결심이 선 사람들에게 그가 제안하는 가이드는 무척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다. '연기자가 되기 위해 성형을 하고 싶다면 최소한 안목이 높은 매니저나 기획사와 상의한 뒤에 상품성 있게 고치라'는 식이다. 대형 스타라고 해서 돈을 실속있게 버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남들의 이목 때문에 바가지를 써가며 비싼 물건을 구입하기도 한다는 등 연예인의 실상에 대한 이야기도 조목조목 담았다. 연예인 양성 학원에 대한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연기를 하고 싶다면 극단에 들어가고, 가수가 되고 싶다면 지망생끼리 모여 밴드를 만들거나 동호회에 가입하라고 권한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발달하면서 연예인만큼 유망한 직업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 곳이 어떤 바닥인지, 자신이 어느 정도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도 모른 채 덤비면 백전백패입니다."
글=이경희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