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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화(경남 울산시 신정3동 182의3)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긴 초록 깊은 끌을
조심조심 헤쳐나와
땀내음 절은 등걸무색 바람에 걷어내고
논배미 짙은 그늘올
햇살 안고 바라본다.
김영선<경기도 용인군 수기면 신봉2리)
찰흙 어둠 속올
장대비가 가르고 있고
어쩌다 적막한 룸엔
맹꽁이가 요란한데 이밤 내
엉킨 매듭을
낙수따라 풀고 있다.
이영주<대전시중구중촌동280의8>
푸르롬 허러 두르고
맑은 바람 머리에 이고 봄 씨앗 가을걷이
들에서 뛰는 농부
조상님 큰믓 이어받아순명으로 삽니다
쇠쁠도 녹는 불볕 땀방울 쏟아가며
오덕훈<경북 상주군 외서면 봉강2리 922>
다시는 꿈꾸지 않으리
제 풀에 지친 세월
휘몰아 산이 되고
들이 되고 바람이 되고
파도는
미친 파도는
울부짖다 잠이 들고.
박순미<경남 진주 간호전문대학 1년>
검을수록 좋다지만
갈수록 운이 나는
구름도 쉬어가고
흡노도 풀어내..
안개가 걷히는 이 아침엔 나도 한폭 치고 싶다.
유승식<전북 군산시 군산고등학교>
덕유산 산자락을 얼싸안고
돌아들면 역사를 가로질러
툭 트인 나제통문벼랑에 부딪는 세월물보라로 부서진다.
칠수같은 물줄기는 살갗을 파고드는데
쩌렁쩌렁 심마니는 메아리를 캐어내고
더위도 여기 와서는 풀이 한풀 꺾인다.
꿀꿀이 구천폭은
뉘 그린 산수환가
백봉사 법근 연꽃
백년미소 머금은 채
다향에 취한 스님의
산정만 깊어간다.
김부미<전남광주시중흥동715의5>
반달 노래 몇 소절을
바람결에 부르나니 생각은 먼 별빛
달빛으로 영근다.
길남매 손애 손잠고
강강술래 하던 그 밤
이제는 장성하여 뿔뿔이 흩어져서
어느 도시 어느 농촌에 어떤 삶을 건지는지
세파에 몸 시달려도 간직할건 추억뿐.
무심의 꽃을 사려보면 별 하나 진뒤 댓돌에 오두마니
달님 마중하느라니
칠남매 오롯이 한자리에모일 날이 그림구나.
정공향<서을영등포구대림2동1011의8>
첨에 껀 기왓골에 묻어나는 세월의 때
가만히 잠재우고
두 손 모은 기원이여 들리는 풍경소리가
번뇌 입고 떠나간다
풀어헤친 일상들이
아쉬움에 떠나간 뒤
속세는 진실을 향해
꾀를 벗는 염불이여
비해의 잔잔한 미소 하늘까지 빛을 연다
하늘 구름으로 휘감기는 이승의 업한 시름 굴레 밖에
정좌한 밝은 찰나
다 비운 가슴 채워줄 곤명들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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