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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합의"는 뒷전에…|"양해"모색이 목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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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본교과서문제의 핵심인물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자민당의「미쓰즈까」(삼총박)의원과「모리」(삼??낭)의원이 왜 한국에 왔는가는 이들이 한국정계인사들을 만나 나눈 대화를 면밀히 추적하면 뚜렷이 나타난다.
우리 여론과 정계반응의 강도를 타진한다는, 이를테면「정탐」목적도 있겠지만 결국은 『곧 있을 일본정부 공식발표에 불만이 있더라도 참아달라』는 부탁, 설득을 위해 왔다는 느낌이 강하다. 다시 말해 이들은 교과서를 고친다는 원칙은 되풀이 강조하면서도 고치는 구체적인 방법은 자기들을 믿고 맡겨달라고만 했으며, 일본정부가 공식적으로 개입해 고치는 식은 국내체제상 어렵다는 사정을 누누이 강조했다.
지난 23일 한일의원연맹의 이재형 회장을 예방할 자리에서「미쓰즈까」의원은『이번 문제를 변명하거나 얼버무릴 생각은 없으나 표면에 나오는 부분과 표면에 나오지 않는 부분 두 가지로 해결방안이 갈라지는데 문제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에 따르면 일본교과서에는 좌우익 어느 쪽도 개입 못하도록 완전중립화 돼 있는데 표면적으로 정부가 개입해 시정을 하면 좌익으로부터 간섭이라는 항의를 받게 된다는 것.
요컨대 이들은 △이번 일로 검정제도자체가 무너지면 좌익에 굴복하는 꼴이 된다 △교과서에 정치가 개입하기는 어렵다 △일본정부가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고친다는 의사를 공식표명하면 대 중공·대 공산당·대 일본교원노조 문제가 어렵게 된다는 등 소위 국내사정을 열거하면서 우리가 요구하는「조속한 시정」을 일본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힐 수 없으니 양해하라는 것이었다.
23일 이들을 만난 민정당의 권익현 사무총장, 진범종 정책위의장은 매우 단호하게 얘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총장은『나만하더라도 일제 때 성을 잃었으며 어린 나이에 신사참배를 강요당했다』면서 이런 엄연한 사실을 강제가 아니라 장려했다고 했으니 만일 오늘날 민정당 사무총장이라는 책임 있는 자리에 있지 앉았더라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권총장이 교과서 왜곡부분이 내년도신학기부터 시정돼 나와야 한다고 하자「미쓰즈까」의원은『인쇄증인 내년도 교과서는 총리대신 명령으로도 고칠 수 없는 실정』이라면서「표면화 않고 실질적으로 시정하는 방법」을 택하려한다고 설명.
그러면서 그는 교사들이 쓰는 교사지도서에는 시정된 사실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기구를 삽입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권총장은『인쇄중이라지만 수정할 부분은 매우 적은 분량인데 수정이 어렵다니 이해가 안 간다. 교사지도서는 고치면서 왜 교과서는 못 고치는가』고 거듭 다그쳤다는 것.
23일 하오 김종철 국민당총재, 24일 상오 유옥??우 민한당 총재대행을 만난 자리에서도 일본의 두 의원은 비슷한 얘기를 반복했다.
김국민당총재는『당내에서 비밀회의를 열어 논의한 결과 강경론이 포장일치였다』고 소개하고는『이번 사태는 사화산이 다시 터진듯한 느낌』『우리의 친구인 자민당의 여러분이 강경한데 아연할 따름』이라고 괴력.
이들에게 유대행은『지금은 양국의 정치인이 왕래하면서 연구·검토할 단계는 지났다』면서 △우리가 국경일로 정해 온 국민이 애국정신을 기리는 3·1운동을 폭동이라 하고 △국민적 영웅인 안중근의사를 괴한취급을 하고 △국왕을 독살하고 왕비를 타살하면서까지 한 강점을 호도하며 △민족분단 역시 일제침략 때문이라는 점등을 들어『입장을 바꾸어 일본이 이런 일을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겠는가』고 반문.「모리」의원은 의원연맹에 가입한 자민당의원들은「매」파 라면서 일본공산당의 입장이 가장 세게 작용하는 분야가 일본교육계인데 매파는 교육이 공산당으로부터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 그러면서 그는 교과서문제에 자기들이 표면적으로 개입하면 좌익에도 간섭할 구실을 주게 되어 그것이 두렵다고 말하고『시정의 구체적인 방법을 신문에 발표하면 실행에 옮기기가 어려워진다』는 말을 또다시 강조.
이들은 한국의 각 정당과의 접촉결과를『생각보다 준엄했다』『엄했다』는 등의 말로 표현.

<팔레스타인병사들, 오늘도 기적 없는 유랑 길에<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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