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나도 기자다] 그림 그리고 대사 넣어 연출까지 … 만화가 되려면 책 많이 읽어야죠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록(서울 신동초 5) 학생기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초등학교 때. 내가 연습장에 그림을 그리면 반 친구들끼리 돌려보곤 했다.”

-만화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때는.

“역시 초등학교 때다. 당시 만화가는 어른들 보기에 ‘좋은 직업’은 아니었다. 보통 장래희망으로 대통령이나 과학자를 말하던 시대니까. 대학 전공으로 애니메이션 학과를 택했을 때도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다. 그래도 몰래 만화방에 드나들고 그림도 그리며 자연스레 만화가를 꿈꾸게 됐다.”

-만화가가 되려면 미술을 전공해야 하나.

“나는 따로 입시 미술을 배우지 않았다. 입시 미술은 표현 기법이 정해져 있어 만화가를 꿈꾸는 사람에겐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내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입시에서 100점 맞을 수 있는 그림을 배우는 거니까. 입시 미술을 배운 학생들은 그림체와 연출 방법이 거의 비슷하다. 장점은 기본기가 튼튼한 것. 만화는 종합예술이다.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어 대사를 쓰고, 연출까지 생각한다. 가장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예술 장르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평소 책을 많이 읽기를 권한다.”

김동범 만화가를 인터뷰 중인 이록 학생기자.

-어떤 책을 읽어야 하나.

“종류는 상관없다. 창작을 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경험이다. 그런데 직접경험에는 한계가 있다. 간접경험을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이다. 청소년 시기에 읽는 책은 특히 중요하다. 책에서 읽은 다양한 이야기들이 몸에 녹아들어 그 사람의 바탕을 이룬다고 생각한다. 어른이 돼 읽는 책은 조금 다르다. 감동을 받기도 하지만 정보를 얻거나 활용하는 쪽으로 치우치는 것 같다. 신문이든 동화책이든 다양하게 많이 읽으면 좋다. 나는 학교도서관을 애용했는데, 위인전을 많이 봤고, 셜록 홈즈 같은 추리물을 좋아했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아이디어가 잘 나오지 않으면 작업을 멈추고 사진이나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는다. 작업과 관련 없어도 된다. 다른 일을 하며 머리를 식히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 밥 먹다가, 친구랑 수다를 떠는 중에도 불쑥불쑥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써먹으려면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내 경우 잠자기 전에 좋은 아이디어가 자주 떠올라 침대 머리맡에 항상 필기도구를 둔다.”

-똑같은 캐릭터를 계속 그리다 보면 지겨울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리고 싶은 다른 캐릭터를 그리면 된다. 연재 중이라면 원래 주인공을 잠깐 다른 데 보내고 새로운 주인공을 등장시키면 어떨까. 물론 이야기가 말이 되게 진행해야겠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아직 컴퓨터 그림이 익숙하지 않아 어렵다.

“컴퓨터보다 손 그림을 더 그릴 것을 권한다. 컴퓨터로만 작업하면 손 그림은 잘 그리지 못한다. 지금보다 기술이 더 좋아져서 모든 작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컴퓨터로 할 수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림 옆에는 짧게 글을 적어두면 좋다. 그리면서 생각한 것들을 적는 것이다. 캐릭터라면 그 성격을 묘사해 놓는다. 이야기의 힘을 기르는 토대가 된다.”

-만화를 그릴 때 가장 좋은 재료는 무엇인가.

“기본은 연필이다. 그 다음 펜부터 크레파스, 수채물감 등 다양하게 써보는 게 좋다. 특히 색감은 별도로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물론 요즘은 만화도 분업을 하는 시대다. 색감이 떨어지면 색을 잘 쓰는 작가와, 스토리가 부족하면 스토리 작가와 협업할 수도 있다.”

-그림을 그리는 게 꿈인데 공부도 잘해야 하나.

“잘하면 좋다. 물론 공부 머리와 그림 머리는 다르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보다 지식이 많고 생각의 폭도 넓다. 좋은 학교를 가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교육의 질은 다르지 않으나, 학생의 질이 다르다. 잘하는 친구들이 주위에 있으면 분발하게 돼 실력이 나아진다.”

-오늘이 지구의 마지막 날이라면 어떤 그림을 남기고 싶은지.

“(웃음)어려운 질문인데. 내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을 챙길 것 같다. 지구 마지막 날이니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보다 내가 남기고 싶은 그림이 무엇인지, 그 그림을 어떻게 더 많은 이들에게 전달해서 보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할 것 같다.”

-소중에 ‘부부와 빠요’라는 만화를 연재 준비 중이다. 프로 만화가로서 조언을 해 달라.

“내가 초등학교 때 그린 만화를 지금 보면 굉장히 유치하다. 무슨 얘기인지도 모르겠고(웃음). 그런데 친구들 사이에서는 당시 유행하던 ‘드래곤 볼’보다 더 인기가 좋았다. 또래가 공감하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거기에 어른이 끼어 재미있고 없고를 판단하는 순간 그 공감대가 깨질 것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맘껏 하라’는 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이다.”

취재=이록(서울 신동초 5) 학생기자
글=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만화가 김동범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2000년 제9회 대전국제만화전에 입상하며 데뷔. 고려대사범부속중학교·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등에서 만화애니메이션 강사로 활동했으며 현재 부천대와 공주영상대 겸임교수로 있다. 카툰 스튜디오 ‘엎어컷’과 ‘우리만화연대’ 회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