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는 "낡은 것"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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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음악에 있어서 국악이 있듯이 한국시에 있어서도 시의 전통과 형식이 있으니 그것은 시조다. 시조는 향가와 민요에 근원을 두고 있다.」이 같은 주장은 지난8일 부산에서 열린 8일 부산에서 열린 82년 한국시석시인협회 세미나에서 『한국시의 전형으로서의 시조』란 주제발표를 한 이근배씨(시조시인)에 의해 나왔다. 이씨는 대당 최남선이 1908년 신시『해에서 소년에게』를 발표하기 3년전에 이미 신시조를 발표했고, 시조를 『조선인이 기지는 정신적 전통의 가장 오랜 실재』라고 말한 데서도 찾아진다고 밝혔다.
이씨는 그럼에도 신문학이후 오늘까지의 우리문학의 흐름은 시조의 현대적 존립을 부정하는 쪽으로 기울어져왔으며 그 이론적 근거는 ▲낡은 것이다 ▲현대의 복잡한 구조를 수용 할 수 없다 ▲현대시에 용해되었다는 등이었다고 밝혔다.
이씨는 그러나 ▲시조도 어느 시대나 새로운 목소리로 바뀌어 왔으며 ▲시의 본질은 형식에 대한 구속력에 의한 언어의 응축인데 구속에서 해방된다면 차라리 산문이 된다 ▲자유시의 한계는 어딘가 언어의 제약도 없고 음률도 없고 모국어의 재창조도 없는 무한한 개방이 있는데 이는 오히려 시를 파괴하는 점도 있다고 들면서 반박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이상범씨(시조시인)의『문제점과 대책,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도 있었다. 이씨는 『개인에게도, 문학에서도, 국가에서도 개성이 중요하듯이 민족의 개성이 필요하며 그것이 바로 전통이다』고 전제하고 『우리시의 개성은 시조에서 찾아진다』고 말했다. 이씨는 우리민족의 리듬과 맥박이 숨쉬고 있는 시조를 현대에 수용하기 위해서는 현실과 생활을 시조 속에 투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시조는 그형식속에 많은 융통성이 부여되어 있어서 예를 들어 일본의 화가나 배구는 한수가 한자라도 이탈될 경우 성립되지 못하지만 시조는 한 장에 두세자씩 변피를 주어도 가능하다고 말하고 현대의 복잡한 여러 양상을 수용하기 위해 그러한 융통성이 이용될 수 있으며 또 단시조를 두수, 세수, 나아가 수심수라도 연결하는 연시조도 생겨났다는 것을 지적했다.
이씨는 그러나 지나친 파격은 오히려 해로우며 시조의 기본율을 지키는 가운데서 시조로의 품격과 깊은 뭇을 담으려는 노력이 기울여져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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