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논쟁과 대안: 영리법인 병원 허용해야 하나

영리병원 논의 왜 나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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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영리법인 병원 허용 논의는 의료를 산업으로 육성하자는 시각에서 비롯됐다. 선진국형 경제로 가기 위해서는 서비스 산업, 특히 의료와 교육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병원은 각종 규제로 둘러싸여 있다. 건강보험 수가(酬價.의료행위의 가격)로 가격 통제를 받는다. 인력.병상 규제에다 셔틀버스 운행이나 광고가 금지돼 있다. 일체의 수익을 내는 다른 사업은 못한다. 의료법.도시교통정비촉진법 등 34개 법규에 260여 개의 규제를 받고 있다.


이런 제한들을 단계적으로 풀어 우리 병원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것이다. 연간 해외 원정진료로 빠져나가는 6000억원을 줄여보자는 목적도 있다.

병원산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여느 업종보다 높은 점도 감안됐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지난해 3655명의 직원이 387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1인당 매출액이 1억여원. 12월 결산법인 상장사 472개의 지난해 1인당 매출액은 7억1900만원으로 비교가 안 된다.

가장 강력한 규제는 법인 형태로 병원을 할 경우 비영리 법인만이 병원을 열 수 있다는 점이다. 비영리이기 때문에 병원에서 돈을 벌더라도 밖으로 가져나갈 수 없다. 전액 재투자해야 한다. 비영리병원 법인에 출연하면 소유권은 국가로 귀속된다. 법인 형태의 병원이 망할 경우 빚잔치를 벌이고 남는 재산은 국가 것이 된다.

우리 병원들의 자본력은 매우 약한 편이다. 그래서 외부에서 돈을 끌여들여야 인력.시설.장비 등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외부 자본이 병원에 들어오려면 수익(배당금)을 챙길 수 있어야 한다. 영리법인 병원이 바로 그것이다. 가장 유력한 형태가 주식회사형 병원이다. 선진국 수준에 버금가는 우리의 의료 기술력에다 자본을 결합시켜 경쟁력을 키우자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영리법인 병원이 허용되면 경쟁력이 높은 성형외과.피부과.치과 진료와 불임.심장.대장항문 등 전문병원들이 우선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모 전문병원은 판교 신도시 진출 제의를 받았지만 3000억~4000억원이나 되는 돈을 조달할 방법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이 병원 이사장은 "자체 자금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투자하겠다는 데가 많다"고 말했다.

의료의 산업화는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먼저 들고 나왔다. 취임 직후인 2003년 4월 복지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다.

2004년 3월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은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영리병원 허용 방침을 보고했다. 재경부 등 경제부처도 영리법인 병원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지난해 7월 김근태 장관이 취임하면서 속도가 떨어졌다가 올 들어 노 대통령이 강조하면서 의료 서비스 경쟁력 강화 로드맵(일정표)을 내놓는 등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신성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