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2년 자민당 정권' 붕괴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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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정권 붕괴 시나리오가 일본 정가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정치 생명을 걸고 추진해 온 우정 민영화 법안이 참의원에서 부결될 경우 예상되는 시나리오다. 줄거리는 중의원 해산→자민당 분열→총선 패배→야당 전락으로 이어진다. 제1막은 이르면 이번 주 개봉된다. 자민당 지도부가 5일 참의원 표결을 통해 난국을 돌파하겠다며 정면 승부수를 던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도부의 뜻과는 달리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고이즈미 총리는 "법안이 부결되면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해 왔다.

◆ 언론사는 선거 체제 가동=일본 언론들은 부결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자민당 의원 114명 가운데 18명이 반대표를 던지면 법안은 부결된다. 지난달 5일 중의원 표결에선 자민당 250명 가운데 51명의 반란표가 나왔다. 니혼게이자이 조사에선 14명이 확실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고 20명이 반대.기권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요미우리 조사에선 ▶반대 확실 14명 ▶반대 가능성 8명 ▶태도 미정 25명으로 나왔다. 한 언론사 관계자는 "이미 법안 부결에 대비해 선거 취재 체제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 선거가 실시되면=자민당의 패배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5일 반란표를 던진 중의원 51명 대다수의 탈당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반(反)고이즈미파의 리더인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의원은 지난달 31일 "신당이란 선택지는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가의 중론은 반대파가 탈당한 뒤 선거를 치를 경우 자민당은 중의원 의석 480석 가운데 190여 석(현재 250석)에 머물고 지난해 참의원선거 이후 약진세인 민주당이 200~220석(현재 176석)으로 제1당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을 중심으로 하는 연립정권이 출현할 가능성이 크다. 1993년 이후 12년 만에 비(非) 자민당 정권이 등장하는 것이다.

◆ 자멸 선택할까=막판 대타협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자민당 지도부나 반대파 모두 정권을 내놓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을 뻔히 알면서 자멸의 길을 가지는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대안은 몇 가지가 있다. ▶정권 유지를 위해 반대파가 법안 찬성으로 돌아서는 방안 ▶표결을 미루고 그 사이 수정 법안에 합의하는 방안 ▶부결되더라도 고이즈미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하지 않고 자민당 내에서 후임 총리를 뽑는 방안 등이다. 하지만 어느 방안이든 고이즈미가 자신의 말을 뒤집는 것이어서 정치적 부담이 크다.

◆ 중의원 의원 자살= 일 경찰은 1일 현역 중의원 의원인 나가오카 요지(永岡洋治.54)가 1일 오전 도쿄 세타가야(世田谷)구에 있는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나가오카 의원은 농림수산성 관료 출신으로 현안이 돼 있는 우정 민영화 법안에 가장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가메이(龜井)파 소속이다. 나가오카 의원은 그러나 지난달 5일 중의원 표결 당시 당초의 반대입장에서 선회해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법안은 5표 차로 통과됐다. 비서관에 따르면 "나가오카 의원은 최근 주간지 등에서 자신이 (반대키로 했다가 찬성으로 돌아선) 변절자로 지목된 데 대해 괴로워했다"고 밝혔다.

도쿄=예영준.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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