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렌스탐도 흔든 장정의 '컴퓨터 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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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정(中)이 마지막 18번 홀에서 버디퍼트로 우승을 확정짓자 송보배(右)와 이름을 알 수 없는 남자가 샴페인을 뿌리며 축하하고 있다. [사우스포트 AP=연합뉴스]

5타 차 선두는 불안해 보였다. 맞대결 상대는 '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대포와 소총의 싸움'이라며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장정은 정교한 컴퓨터 샷으로 주변의 우려를 깨끗이 씻어냈다. 이날만큼은 소총이 아니라 기관총이었다. 남자 선수에 버금가는 기량을 갖춘 소렌스탐이었지만 이날은 장정에게 완패했다. 외신은 "첫날부터 돌풍을 일으킨 JJ(장정의 영문 이니셜)가 소렌스탐마저 꺾었다"고 보도했다.

장정은 1일 새벽(한국시간) 영국 사우스포트의 로열 버크데일 골프장에서 끝난 LPGA투어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소피 구스타프손(스웨덴.12언더파)을 4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생애 첫 우승을 메이저대회에서 따내 감격이 더한 듯했다. 우승 트로피를 받아든 장정은 쾌활한 성격답지 않게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우승상금 28만 달러(약 2억8000만원)를 챙긴 장정은 시즌 상금이 74만4161달러로 불어나 상금랭킹 6위로 뛰어올랐다.

박세리(CJ).박지은(나이키골프).김주연(KTF)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네 번째로 메이저 챔피언의 반열에 올랐다.

소렌스탐과 챔피언조에서 맞대결을 벌인 최종 4라운드. 장정은 1번 홀(파4)부터 버디를 잡아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12m 거리에서 버디퍼트를 성공시키며 소렌스탐의 기를 꺾었다. 파 세이브 행진을 계속하던 장정은 9번 홀(파4)에서 15m 거리에서 버디퍼트를 집어넣었다.

추격의 힘을 잃어버린 소렌스탐이 오히려 1m 버디퍼트를 놓쳤다. 순식간에 격차가 6타 차로 벌어졌다. 11번 홀에서 보기를 범했지만 15번 홀(파5)과 18번 홀(파5)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대회 직전 퍼터를 바꿨는데 퍼트 감각이 특히 좋았다. 드라이브샷 탄도를 낮게 유지한 것도 주효했다. 마지막 라운드에선 리더보드를 10차례 이상 본 것 같다. 캐디가 리더보드를 보지 말고 경기에만 집중하라고 말해준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미셸 위(15.한국이름 위성미)와 김영(신세계)은 나란히 3타를 줄이면서 합계 10언더파로 공동 3위에 올랐다. 1타를 줄이는 데 그친 소렌스탐은 9언더파 공동 5위, 박지은(나이키골프)은 합계 8언더파로 공동 8위를 차지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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