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니에르 “슬로푸드 된장, 반드시 성공할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세계 정상급 셰프(요리사)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는 우리 고유의 음식 문화를 세계인들에게 선보이고 있는 안정현·임정식 셰프도 참석해 한식 세계화 방안을 논의했다. 왼쪽부터 르네 레드제피(덴마크), 호안 로카(스페인), 박 대통령, 피에르 가니에르(프랑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뉴시스]

된장 파스타, 고추장 아이스크림, 된장 소스 키조개 카르파초(생고기를 얇게 썰어 소스를 뿌려 먹는 요리)….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셰프(요리사)들이 고급 레스토랑에서 파는 메뉴다. 이런 음식을 만드는 세계 정상급 셰프 3명과 안정현·임정식 셰프를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청와대로 초청했다.

 행사에 참석한 피에르 가니에르(프랑스)·호안 로카(스페인)·르네 레드제피(덴마크) 셰프는 세계의 음식점을 소개하는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호평을 받은 레스토랑의 주방장이다. 모두 된장·고추장·간장에 관심이 크다. ‘요리계의 피카소’라고 불리는 가니에르 셰프는 서울에 자신의 이름을 딴 레스토랑을 내면서 한식 재료를 강화한 ‘오마주 아 서울(Hommage <00E0> S<00E9>oul, 오마주는 존경·감사의 뜻)’이란 메뉴를 선보였다. 이날 그의 요리팀 17명은 청와대 주방에서 옥돔 뮈니에르(옥돔에 밀가루를 묻혀 버터에 구운 요리), 고추장을 가미한 양파 퓌레(걸쭉한 소스), 김치 마멀레이드(감귤껍질 잼) 등 프랑스 정찬에 한식을 가미한 코스 요리를 만들어 내놨다.

 ▶박 대통령=“음식이 예뻐서 먹기가 아깝다.”

 ▶레드제피=“그래도 드셔야 한다. 우리 요리사들은 자신을 낮출 수밖에 없다. 만들어서 내놓는 음식은 항상 없어지니까.”

▶박 대통령=“(어릴 때) 이민을 가도 모국어는 잊지만 음식맛은 잊지 못한다. 음식이 DNA에 더 각인되는 것 같다.”

 ▶레드제피=“저의 감정선을 건드렸다. 유고 내전을 피해 덴마크에 왔는데 어렸을 때 음식은 다 기억한다.”

 ▶박 대통령=“음식을 만드는 영감은 어디서 받나.”

 ▶가니에르=“본능의 목소리를 충실히 듣는다.”

 ▶레드제피=“종교가 음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박 대통령=“된장·고추장엔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됐나.”

 ▶레드제피=“덴마크도 겨울이 길어 발효음식을 만든다. 스칸디나비아엔 양배추로 만든 한 가지뿐인데 한국엔 수백 가지 김치가 있는 게 인상적이다.”

 ▶가니에르=“된장류 같은 슬로푸드는 반드시 성공할 것으로 확신한다. 김치도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박 대통령=“음식 선진국은 음식이 실험적이고 혁신적이다.”

 ▶로카=“한국은 바탕이 좋으니 요리를 혁신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거다.”

 ▶레드제피=“어떻게 일상적인 것과 사랑에 빠질 수 있느냐를 고민할 때 가능성이 생긴다.”

 박 대통령은 “한국에선 가족을 식구(食口)라고 부르고 함께 일하는 것을 ‘한솥밥을 먹는다’고 표현한다”며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인 된장·고추장 같은 장류, 또 김치를 보더라도 우리 민족의 지혜와 창의성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음식을 창조경제로 발전시킬 수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오찬 음식에 대해선 “작품 같은 음식을 먹어서 입이 호강했다”고 만족해했다.

허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