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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연마 붓글씨 … 재능기부 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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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우리 문화에서 문자 문화의 전통이 매우 중요한데 1988년에 개관한 서예박물관이 너무 낡아 방치되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민간의 기부 참여로 30억원을 모으면 국비(90억원)를 합쳐 서예박물관을 새로 단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리모델링 기금마련 행사인 ‘아트 옥션 서로 서(書)로’에 최근 직접 쓴 서예 작품을 기부한 정종섭(57·사진) 행정자치부 장관(전 안전행정부 장관)의 소감이다.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쓴 서예 작품. 송담 스님의 불가적 깨달음을 해서로 쓰고, 중국 송나라의 대학자 주희의 가르침을 좌우에 작게 썼다.

 정 장관이 기부를 위해 쓴 글귀는 국내에서 대표적 선승으로 꼽히는 송담(松潭) 스님의 불가적 깨달음을 해서로 쓰고, 중국 송나라의 대학자 주희(朱熹)의 유가적 격물치지(格物致知) 가르침을 좌우에 협서(夾書)로 작게 썼다. 작품을 본 이동국 서예박물관 서예부장은 “불가와 유가의 가르침을 절묘하게 한데 표현했다”며 “최소 1000만원을 호가할 작품”이라고 평했다.

 정 장관은 한학자인 부친의 영향을 받아 유년기부터 현재까지 40여 년간 서예를 수련해왔다. 지난해 4월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 갤러리에서 서울대 법대 은사인 박병호 교수와 ‘사제 동행 전시회’를, 지난해 말에는 인사동 가나아트센터에서 문인화 개인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서울대 법대 교수 출신인 정 장관은 흥국생명 선화예술문화재단에서 기부를 받아 국내에는 전무했던 ‘서예총서’ 발간을 제안해 큰 성과를 냈다.

 이번 서예 경매에는 정 장관뿐 아니라 김지하 시인, 신영복 교수, 소리꾼 장사익의 작품도 나왔다. 경매에 출품된 190여 점 등 모두 300여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14일부터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작품을 전시하고 26일 오후 6시30분부터 현장에서 경매가 진행될 예정이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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