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빙어보다 못한 대한민국 가뭄 경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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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변희룡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전 한국기상학회장

강원도 인제군이 올해 빙어 축제를 포기했다. 17년 만에, 물이 모자라서 포기한다고 한다. 인근의 댐들은 수력발전을 대폭 제한했고 지하수를 댐으로 퍼 올려 내년의 용수부족에 대비하고 있다. 올 장마철에 비가 적었지만 최근까지 가뭄을 걱정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댐 등에 저장된 물로 생활용수는 충분히 공급되었기 때문이다.

 기상청의 가뭄판단지수도 여전히 전국이 정상상태라고 진단한다. 이 지수는 불합리한 데도 오랫동안 대한민국의 대표 가뭄지수로 사용되어 왔다. 그동안 이를 검증한 논문이 발표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지수의 유효성을 인증하는 사례를 본 적도 없다. 기상청에서 추가로 제공되는 다른 가뭄지수들(표준가뭄지수, 파머지수, 십분위수 등)을 다 동원해도, 17년 전과 올해에 발생한 심한 가뭄을 예보하지 못한다.

 이 지수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두 가지다. 첫째, 수년 지속된 가뭄 끝이라도 하루의 폭우가 홍수를 초래하기도 하는데, 위의 가뭄지수들은 이 점을 반영하지 못한다. 예컨대 9월 1일의 가뭄상황을 판단하면서, 8월 1일에 내린 강우량과 8월 31일에 내린 강우량을 같은 비중으로 합산해 합산해 월 강수량을 계산한다. 8월 31일에 폭우가 왔어도 9월 1일에는 가뭄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둘째, 가뭄기간이 3개월인지 2년인지를 진단하는 절차가 없다. 그래서 인제군의 사례처럼, 생활용수가 부족하지 않으면 가뭄이 발생한 것조차 모른다.

 우리 민족 5000년 역사에서 가장 큰 피해를 준 것은 가뭄이었다. 그런데도 폭우, 폭염 같은 11개 재해와 안개, 오존, 황사 등은 경보를 발표하지만, 가뭄은 아직까지 경보를 발하는 규정이 없다. 이러니 가뭄의 발생을 빙어보다도 늦게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위 두 가지 문제점을 모두 극복한 연구가 있다. 부경대학교 방재기상연구소가 매일 인터넷 중계하는 EDI(유효가뭄지수)다. 이 지수는 15년 전 개발돼 실효성과 과학성이 여러 번 입증됐다. 지금 상황을 예로 들면 이 지수는 동두천을 중심으로 17년 만의 극심한 가뭄이 발생했고, 영호남 지역 외에는 모두 물이 평균보다 적어졌음을 알린다. 아울러 이번 가뭄이 1976~78년에 발생한 대가뭄에 이어 2014~2016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한다. 더구나 2025년 전후에는 피해규모의 예측을 불허하는 124년 주기의 극대가뭄이 발생할 것이라 한다. 인제군의 빙어가 알린 이번 가뭄이 자칫 현 세대가 경험하는 최악의 가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재앙의 접근을, 정부는 빙어보다도 못한 가뭄판단지수, 가뭄경보도 없는 대비로 버텨낼 작정인가? 댐과 저수지가 많이 늘었지만 물 수요는 더 많이 증가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강도도 심해질 것이란 연구도 있다. 그럼에도 환경부나 국토부는 아직 인정하지 않는 눈치다. 쉬쉬하면서 덮고 간다고 다가오는 대가뭄이 피해가지는 않을 것이다. 대가뭄에 대비한 정부차원의 보다 전방위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변희룡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전 한국기상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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