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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베트남치하 3년반 "죽은 도시" 프놈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캄보디아는 최근 반베트남 3개 저항세력이 결속, 베트남을 등에 업은「렝·삼린」정권에 대항하는 민주캄보디아연립정부를 구성함으로써 또다시 동남아의 정치무대에 올라섰다.
베트남군에 짓밟힌지 이미 3년반, 프랑스「렉스프레스」 지의 「실벤·파스키에」기자가 최근 캄보디아에 들어가 현지사정을 취재했다.
다음은 그 르포기사.
캄보디아의 현실은 75년에 2백50만이던 수도 프놈펜의 인구가 현재 50만명에 불과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옛거리의 이름이 없어진 가운데 단지 몇몇 거리만이 옛도시의 모습을 지니고 있을 뿐이다.
시민들은 옛날의 통행로나 이정묘를 기억하지 못한다. 마을과 거리가 온통 가시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초병의 감시속에 정부고위관리나 베트남·소련등 점령군의 군사고문들이 살고있는 지역이 적지않기때문이다.
게다가 도로엘 나가보면 온갖 쓰레기와 녹슨 채 버려져있는 대포, 불에 탄 자동차가 여기저기 널러있어 마치 「죽은 도시」를 방불케한다.
경제생활은 더욱 비참하다. 월급이랬자 평균 90∼1백리엘(약 1만7천∼1만9천원)에 불과해 주민들중에는 관리와 짜고 낳지도 않은 아이를 출생 신고해 정부로부터 15리엘(약2천8백원)의 보조금을 타내는 사람들도 있다.
물자 부족도 심해 암시장은 생활필수품의 유일한 공급처나 다름없다. 태국등 외국으로부터의 밀수품을 파는 여인들, 의약품이나 외국원조품을 빼돌려 한몫 보려는 관리들이 암시장의 주역들이다.
앙고르시와 가까운 시옘레압에서는 하오7시부터 통행금지가 실시되는가 하면 밤에는 군인들이 삼삼오오 떼지어 다녀 전시분위기를 피부로 느끼게 한다. 그리고 바탐방지역에서는 기차가 밤에만 운행됐으며 태국국경지역은 여행이 철저히 제한된다.
밤이 되면 라디오에서는 찍찍거리는 잡음과 함께 뉴스와 베트남-캄보디아간의 친선의 노래가 계속 흘러나온다.
『우리정부는 「폴·포트」가 국민들로부터 빼앗은 라디오를 다시 그들에게 나누어주었다』는 한 관리의 자랑과는 달리 대민세뇌책의 일환으로 라디오가 절대 필요하다는 어느 주민의 귀뜀이다.
그런가하면 학교에선 제2외국어로 베트남어와 소련어만을 가르치고있어 일부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비밀리에 영어나 불어를 교육시키는 경우도 많다.
콤포추낭이란 곳에서는 한 젊은이가 슬그머니 다가서더니 자신이 프랑스로 간다면 프랑스 정부가 순순히 받아들여 줄 것인지를 묻기도했다.
정글을 뚫거나 배를 타고 태국으로 넘어가는 망명객들은 한달에 줄잡아 1천여명. 돈을 받고 탈출을 돕는 일도 성행해 건당 1천2백달러라는 얘기다.
이러한 참상외에 집권층은「제국주의」나 「자본주의」와 싸울뿐만 아니라 자신들끼리도 끈질긴 헤게모니쟁탈전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캄보디아에서 목격했다. <파리=주원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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