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손 IV」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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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헨리·무어」의 예술이 땅에서 솟아난 것-인간에 의한 조형적 조작물임에도 불구하고-처럼 다가오는 것은, 많이 이야기되어 오듯이 그 사상적 특성, 말하자면 인간에 대한 선의에 찬 믿음과 사랑과 헌신, 그리고 그 인간들의 삶의 터인 대지에 대한 귀의의식, 이런 것들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방문객을 태우고 간 택시 운전사가 촌부를 대하듯 어려움 없이 악수를 하고 경어가 아닌 편안한 말로 대화를 나누더라고 놀라워한 어느 일본인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예술가의 손 IV』도 역시 땅에서, 어쩌면 천년을 살아온 거수의 뿌리에서 돋은 그 무엇인 듯이 보인다. 쉼 없이 일만 해온, 그래서 손톱은 돌같이 박혔고, 굵은 마디에 거칠고 바짝 말랐다. 이제 상처입고 기진해 쓰러지려는 노구인 듯한 오른손을 왼손이 위로하듯 부축한다.
오른손의 손목에서 엄지로 뻗은 동세를 근간으로, 거친 일로 변형된 인지와 장지, 그 아래 손톱만이 하이라이트로 강조된 약지로 단속되는 스타카토에서 왼손의 엄지로 뛰어 다시 오른손 엄지의 상승하는 동세를 타는 환상의 흐름과 그 가운데 상심의 허허로운 공동-왼손의 목으로 흐르는 능선의 설주로 이 드라마는 끝없는 여운을 공간에 끌며 동시에 피라미드형의 구성을 이룬다.
이 손은 인간을 위하여 노고하고 역사를 일구어온 영원한 손이며, 아- 진실에 찬 이 아름다움이 얼마나 한가. <김영혜-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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