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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옹 스님과의 특별한 만남] "너희가 부처 … 어서 커서 참사람 되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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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8일은 불기 2547년 부처님 오신 날.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 등으로 인간사회에 이기와 편견이 꽉 찬 요즘 석가모니 부처의 지혜와 자비가 더욱 절실하다.

전남 장성군 해인사에 사는 동자승 열여섯명이 지난 1일 인근에 있는 고불총림 백양사 방장인 서옹(西翁.92)스님을 친견하고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동자승의 나들이에는 이들의 일상을 감동적인 시로 담은 '얼굴'의 저자 정성욱(41)시인이 동행했다. 서옹 스님은 이 자리에서 본지 독자를 위해 특별 법문을 주었다.

흔히 현대를 이성적으로 살고 이성을 각성한 시대라고 하지만 사실은 자기중심적이고 동시에 자기 만족을 모르기 때문에 이미 '참세상'을 잃어버렸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인간 본래의 마음은 부처와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사람의 마음마다 착한 성품을 지니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세상을 살면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욕망에 젖어들게 되고, 사리에 맞지 않는 일을 하게 되고, 심지어 남을 속이는 그릇된 행동을 하게 됩니다. 사회가 인간이 가진 본래의 선한 마음을 빼앗은 결과입니다.

본래 인간은 '착하다''악하다''참이다''거짓이다'라는 명제를 두고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려 듭니다. 그것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자 하는 인간의 이성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로 인해 오히려 번뇌에 빠져들고 맙니다.

이 또한 어리석은 일입니다. 옳고 그름은 생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이뤄지는 것입니다. 어찌 인간이 인간을 판단할 수 있겠습니까?

어찌 인간이 인간을 벌할 수 있겠습니까? 어찌 인간이 인간을 탓할 수 있겠습니까? 스스로의 범죄 때문에 인간이 항상 불안하고 결국에는 절대 절망과 불안감, 그리고 절대 모순에 빠지고 맙니다.

이는 교육의 부재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성의 전당이라고 하는 대학교는 이미 개인의 욕망을 달성하는'기술적 이성'을 습득하는 학교로 전락해버린 지 오래입니다.

자기 부재의 교육은 진정한 교육이 아닙니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자신의 권력을 위해, 자신의 안위를 위해 행하는 교육은 부질없는 것입니다.

오늘날 인류가 타락하고 위기에 빠진 것도 바로 '참사람'을 가꾸는 교육이 부실하기 때문입니다. 이 시대의 올바른 교육은 오직 선하고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한 방편이어야 합니다.

말을 하면 꼭 실천하는 마음, 작은 일도 소홀히 여기지 않는 마음,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마음. 이 마음이 바로 본디 사람의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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