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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의 ‘이중 플레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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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정치민주연합의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이란 포럼이 “임대주택 3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제안하면서 ‘집 한 채 논쟁’이 뜨겁다. 새누리당은 “공짜로 집을 주겠다는 거냐”며 ‘무상 프레임’으로 역공을 취하고 나선 상태다.

 양당이 논란을 벌이는 와중에 국토교통부가 ‘이중 플레이’를 해서 혼선을 더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주택 3만 호를 짓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에 각각 다르게 산출해 보고하면서다.

 국토부는 16일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신혼부부 주거지원 확대 검토보고’란 자료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엔 “국민임대 기준 2015년에 3만 호를 건설하면 4년에 걸쳐 3조6000억원, 10만 호를 건설하면 4년에 걸쳐 12조1000억원이 소요된다”고 적혀 있다.

 3조6000억원의 내역은 ▶정부가 내는 돈(출자) 1조877억원 ▶국민주택기금에서 지출하거나 빌려오는 돈(융자) 1조4503억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담금과 입주자 부담금 1조878억원 등이다. 그러면서 “10년간 매년 3만 호를 건설하면 36조원, 매년 10만 호를 건설하면 121조원이 소요되는데 주택기금의 최소 여유자금을 고려했을 때 재원 조달이 곤란하다”며 야당 정책이 적절하지 못한 것처럼 평가했다.

 새누리당 김현숙 원내대변인은 이 자료를 근거로 1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토부에 문의한 결과 국민임대주택 3만 호를 건설하려면 3조6000억원의 재정이 필요하다”며 야당의 주장을 비판했다.

 하지만 18일 국토부가 야당에 낸 수치는 달랐다. 국토부는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시 추가 소요예산’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야당이 요구하는 3만 호 추가를 위해선 4년간 1조7640억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고 했다. 17일 여당에 낸 것보다 1조8360억원이 적다.

정부가 내는 돈(출자)과 국민주택기금에서 지출하거나 빌려오는 돈(융자)만 계산하고 LH·입주자 부담금은 쏙 뺐다. 새정치연합은 이를 근거로 “3만 호 추가 건설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야당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연차적으로 전체 물량의 20~30%씩 단계적으로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스케줄도 제시했다. 여당엔 10년간의 건설비용을 부각한 것과 대조적이다.

 자료를 보낼 때 각 당의 입맛에 맞도록 ‘이중 보고’를 한 셈이다. 국토부의 ‘눈치 보기’일 수도 있다. 야당이 임대주택을 짓기 위해 예산을 늘려주겠다고 나선 건 국토부로선 호재다. 하지만 야당 편을 들자니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국토부는 본지엔 또 다른 설명을 했다. 실제로는 야당에 보고한 것보다는 더 든다는 거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준단가에 따르면 국민임대주택 한 채를 짓는 데 1억1800만원이 드는데 실제론 1억5000만~2억원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신혼부부 주택 논란은) 야당 의원 80명이 주장하는 사업인 데다 여야가 서로 목소리를 내고 있어 국토부 의견을 제시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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