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상 전 디플레 막겠다 … 확실한 신호 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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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국내 생산자물가가 3개월 연속 하락했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생산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7% 하락했다. 이로써 생산자물가는 2011년 1월 이후 3년9개월 만에 가장 낮아졌다. 생산자물가는 지난해 1.6% 하락했고 올해도 5~7월을 제외하곤 계속 떨어졌다.

 생산자물가는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보는 것으로 1~2개월 뒤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앞으로 소비자물가가 하락 압력을 받고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본지가 경제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15명이 현재의 저물가 상황은 ‘디플레이션 초기 단계’(4명)거나 ‘디플레이션에 빠질 우려’(11명)가 있다고 대답했다. 대책으로는 과반인 12명이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인하 등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해 내수를 진작해야 한다는 견해(5명)와 적극적인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3명)도 있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은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확실한 의지를 갖고 지속적인 양적완화를 한 반면 과거 일본은 규모도 작았고 시장의 신뢰를 주지 못했다. 한국도 한은이 금리인하에 이어 양적완화에 버금가는 정책을 할 수 있다는 확실한 신호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그동안 한은은 물가상승을 억제하는 정책에만 주력했다. 이제는 유가하락 때문에 물가가 낮다고 할 것이 아니라 저물가 자체가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금리인하 등 신축적인 통화정책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디플레에 대응할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우려도 나왔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미국이 내년 중·후반 본격적인 금리인상에 나서기 전까지 확실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제대로 경기회복을 하지 못한 한국이 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총체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홍성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부사장)은 “세계 주요 국가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지금의 위기는 고령화와 양극화, 산업구조의 변화가 맞물려 진행되는 초유의 현상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경제적 대응과 더불어 정치·사회·교육·노동 분야 전반의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김원배·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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