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GGI 회원국 늘릴 것”… 이름처럼 선한 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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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신임 의장으로 취임한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아시아가 주축이 된 특별한 국제기구인만큼 인맥과 경험을 총동원해 키워낼 것”이라 강조했다. [김성룡 기자]

‘승리를 거두는 선한 남자’.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65)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이름이 가진 뜻이다. 그가 태어난 자바섬 원주민어(語)다. 지난 18일 인천 송도에서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신임 의장으로 공식 선출된 그는 19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퇴역 장교였던) 아버지가 ‘야심차게 살라’고 지어주신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 뜻에 걸맞게 살아 왔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 2004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인도네시아의 첫 직선 대통령을 지낸 그는 강단과 유연함을 동시에 지닌 리더였다. 군인 출신으로 광업 및 정치·안보 장관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2004년 당시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대통령의 부정부패에 반발해 사임하면서 ‘원칙을 지키는 정치인’으로 인기를 끌었다. 같은 해 대통령이 됐다.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까지 모두 “나의 소중한 친구들”이라고 부른다. 19일엔 박 대통령으로부터 재임 중 양국 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무궁화대훈장을 받았다. 외국 국가원수에게 주는 최고 훈장이다.

 그는 “GGGI는 다른 국제기구들과 달리 아시아 국가(한국)가 설립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며 “주요 20개국(G20) 정상들과의 친분과 대통령으로서의 경험을 활용해 GGGI의 회원국 수(18개국)를 늘리고 재정기반을 탄탄히 다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GGGI에 연간 500만 달러(약 55억원) 규모의 예산을 지원할 계획을 검토했다. 이 안은 현재 인도네시아 국회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환경 문제가 자신의 주요 어젠다였음을 강조했다. “처음 대통령이 됐을 땐 경제성장에만 집중해 성장, 일자리 창출과 빈곤층 지원에만 힘썼다. 그러나 미래 설계가 중요하다고 깨닫고 환경보호를 추가한 ‘4 트랙 전략’으로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무 심기 캠페인은 한국의 녹화 사업을 많이 참고했다”고 말했다.

 한국의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인상은 어떨까. 그는 이런 답을 내놨다. “스타일은 각자 다르다. 하지만 내게 인상적인 건 차이점이 아닌 공통점이다. 각자 국가를 최우선으로 놓고 진지하게 고민했다.”

 인도네시아는 북한과도 수교한 국가다. 유도요노 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외교의 기본은 오래 걸리더라도 대화와 협상”이라며 “한반도 친구들에게 감히 제언한다면 대화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후임자인 조코 위도도 현 대통령에 대한 격려를 잊지 않았다. 두 사람은 유류 보조금 삭감 방안을 놓고 충돌을 빚었다. 위도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유도요노 당시 대통령에게 퇴임 전 보조금 삭감을 요구했지만 거절하면서다. 그는 “보조금 삭감은 나도 취임 후 강행했던 정책이다. 당시 3주간이나 반대 시위에 시달렸지만 그래도 미래를 위해 해야 한다고 믿었다”며 “타이밍의 문제였을 뿐 우린 정책의 궤를 같이 한다”고 전했다.

글=전수진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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