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키워 보니 아이 눈높이 맞춘 대화가 최고더라고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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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힘들다’는 한탄 한 번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가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 걸까?’ 하는 의구심을 가져보지 않은 이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부모가 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무조건 부모가 되는 것도 아니고, 돈을 많이 벌어 아이에게 쓴다고 해서 부모가 되는 것도 아니다. 부모에게는 부모로서의 조건이 필요하다. 아이를 사랑해야 하고, 이해해야 하고, 지켜주어야 한다. 하지만 알면서도 잊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를 일깨워주기 위해 2003년부터 ‘부모 교육’에 나선 이가 있다. 평택대학교 아동청소년복지학과 김현미(45·여)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김 교수를 만나 부모 교육을 하게 된 동기와 그간 교육을 통해 만난 부모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부모 교육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부모 교육은 말 그대로 어떤 부모가 돼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교육이다. 그렇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이렇게 해야만 한다’를 강요하는 교육은 아니다. 보편적인 사례를 통해 조금 더 나은 부모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고 이를 통해 부모에게 ‘조금 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을 주는 게 부모 교육이다.”

-부모 교육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나는 유아교육 전공자다. 하지만 아이를 키운다는 게 만만치 않았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있는 나도 이렇게 힘든데 다른 부모들은 얼마나 더 힘들까?’ 그래서 조금이라도 현명한 부모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2003년부터 강의를 했다고 들었다. 수없이 많은 부모를 만나봤을 것 같은데 기억나는 부모가 있나.

“산후조리원에서 교육할 때, 출산한 지 며칠 안 된 초보 엄마를 만났다. 나는 늘 해왔던 것처럼 진정한 부모 역할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며 배워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부모 또한 학습을 통해 조금 더 완벽해질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강의가 끝난 후 한 엄마가 울면서 내게 다가왔다. 아기가 예쁘지 않다면서 자신은 모성애가 없는 것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이야기해 주었다. ‘타고난 모성애도 있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만들어지고 학습되는 모성애도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한 달 후, 그 엄마에게 메일이 왔다. 아이와 24시간을 살 비비며 함께 있다 보니 이제야 내 새끼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앞으로 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학습을 통해 모성애를 키워 나가야겠다고 말이다. 이렇게 부모가 변화하는 것을 볼 때마다 나는 내가 하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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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교육에서 가장 강조하는 게 있다면

“나는 강의 때마다 ‘이 세상에 문제아는 없다. 문제 부모가 있을 뿐이다’라는 말을 꼭 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할 때마다 부모들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런데 실제 부모가 평범한 아이를 문제아로 만드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았다.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잘 자라고 있는데도 아이의 행동을 문제시해서 전문가 상담을 하는 경우도 봤다. 이는 부모의 틀 속에 아이를 맞추려다 보니 생기는 문제다. 아이의 틀은 부모가 만드는 게 아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용기를 주고 아이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사람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를 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방법이 특이하다고 들었다.

“수강자에 따라 강의를 하는 마음가짐이 다르다. 예를 들어 학부생은 지식 전달 위주로 강의하지만 부모 교육은 지식적인 것보다 ‘소통’에 중점은 둔다. 부모 된 입장으로서 어떤 것이 가장 궁금한지를 헤아리는 게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겪은 다양한 상황들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교육자라고 해서 격식을 갖추고 근엄하게 교육하는 게 아니라 수다를 떨 듯 나를 내려놓고 이야기를 나눈다. 교육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위로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잘하고 있어. 조금만 더 노력하자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앞으로의 부모 교육 계획은.

“부모는 엄마와 아빠를 말한다. 그런데 실제 부모 교육에 참가하는 이는 엄마가 대부분이다. 물론 아빠는 가장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에 바쁘다는 건 안다. 하지만 아빠가 빠진 부모 교육은 반쪽이 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아이들 교육이 엄마의 역할로 여겨졌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는 아빠가 아이들의 교육에 직접 나서야 한다. 특히 남자 아이들에게 아빠와의 교감은 가장 좋은 교육이다. 그래서 아빠 교육을 조금 더 강화하고 싶다.”

-부모 교육에 직접 참여할 수 없는 부모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부탁한다.

“요즘 육아 서적이 너무나 잘 나온다. 그래서 육아 서적을 보는 엄마가 많다. 그런데 책 속에 나오는 수많은 이야기를 모두 수용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그 속에서 자신만의 교육철학 하나를 찾고 이를 온전한 내것으로 만드는 게 필요하다. 교육철학이 분명하고 이를 지켜나갈 수 있다면 흔들림 없는 육아가 가능해질 것이다.”

글=윤현주 객원기자 2004011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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