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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잠수함, 아덴만 해적 … 합동작전 고수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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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해군 대장, 그리고 합동참모본부 군사지원본부장 출신.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범정부 재난 관리 컨트롤타워로 신설된 국민안전처의 장·차관을 모두 군 출신으로 채웠다. 박인용(62) 국민안전처 장관 후보자는 해군 대장 출신의 해상·합동작전 전문가다. 차관으로 발탁된 이성호(60) 행정안전부 2차관 역시 ‘아덴만 여명작전’을 수행한 안전·합동작전의 전문가다.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국민 안전을 밑에서 올라오는 보고만 가지고 관리하는 게 아니라 직접 현장을 파악하고 움직이기 위해 군 출신인 박 후보자를 선택했다”며 “박 후보자는 현장 장악력과 조정 능력이 뛰어난 장군”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에 대한 국가 개조작업의 일환으로 국민안전처가 생기는 만큼 안전을 효율적으로 지켜내기 위해 현장을 아는 ‘합동작전의 고수’들로 수뇌부를 짰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자는 1996년 동해안에 북한 잠수함이, 98년 여수에 북한 반잠수정이 침투했을 당시 합참 해상작전과장(대령)으로 작전에 참여했다. 당시 합참에서 함께 근무했던 한 예비역 장군은 “당시는 합참 요직을 대부분 육군 출신이 차지했다”며 “해군 출신은 박 후보자 혼자였는데 대령 계급으로 육군 장군들을 설득해 가며 작전을 펼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이 작전이 종료된 뒤 준장으로 진급했다고 한다. 군의 또 다른 관계자는 “박 후보자는 79년 ‘미 해군 구축함 운영 교육과정’, 84년 ‘미 해군 대잠수함 전투 교육과정’을 이수해 미군과의 연합작전뿐 아니라 육군이나 공군과의 합동작전에도 밝다”고 평했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후보자의 주도면밀한 성격과 자기 관리도 발탁의 배경이 됐다고 한다. 박 후보자의 별명은 ‘시계 제독’이다. 해군 장성 시절 모든 일정을 분단위로 수첩에 적어놓고, 일정에 없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3개월 박사’란 별명도 따라다닌다. 3개월 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하고 대비해야 실수가 없다고 늘 강조해서다.

 이 차관 역시 작전통이다.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화물선을 구출한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 때 군사지원본부장(육군 중장)을 맡아 황기철 당시 해군작전사령관(현 해군참모총장)과 하루에도 몇 번씩 화상회의를 하며 인질을 성공적으로 구출했다. 스타일은 강성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재난 사고에 대비한 매뉴얼 작성 등에서 양보 없는 업무 추진이 가능할 것이란 평가다.

 국민안전처 인사에 대해 안전행정부 공무원들은 ‘군사작전 같은 깜짝 인사’라는 반응이다. 인사 발표가 나기 직전까지 이 차관이 장관으로 영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인사청문회 자료까지 준비하다가 발표 소식을 듣고 놀랐다고 한다. 일각에선 “세월호 참사가 바다에서 발생했다고 해군 출신을 장관으로 발탁한 건 의아하다”는 볼멘 소리도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인사를 혹평했다. 박수현 대변인은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흥렬 경호실장 등 청와대를 군 출신으로 채운 것도 모자라 국민안전처 장·차관도 군 출신 인사로 포진시켰다”며 “세월호 이후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게 핵심인데 안보와 안전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상식 이하의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신용호·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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